25일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자 선출대회가 열린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선 오후 7시께 오세훈 전 의원의 당선이 선언되자 박수와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허태열 사무총장이 개표결과를 발표하는 순간 경쟁자인 맹형규 전 의원과 홍준표 의원은 얼굴이 일순 굳어졌다. 막판까지 오 전 의원과 치열하게 경합했던 맹 전 의원은 잠시 눈을 감고 착잡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오 전 의원은 두 손을 번쩍 들어 선거인단의 환호에 화답했고, 맹 전 의원과 홍 의원도 연단 앞으로 나와 오 전 의원과 함께 손을 들어 축하를 보냈다.
오 전 의원은 후보자 수락 연설에서 “반드시 본선에서 승리에 지지를 보낸 당원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전 의원은 단상에 있던 당 지도부 인사들에게 일일이 고개를 숙이며 악수했고, 원희룡 최고위원과는 포옹을 하며 소장파의 결속을 과시했다.
개표 과정에서는 전체 유효투표 3,839표 중 무려 512표가 재검표 대상으로 분류되는 등 긴박한 상황이 이어졌다. 때문에 개표는 당초 예정시간보다 1시간30분이나 늦게 완료됐다.
대회장 주변에는 선거인단 투표에선 맹 전 의원이, 여론조사에선 오 전 의원이 앞선 상황에서 재검표의 향배가 승부를 가를 것이란 전망이 나돌아 긴장이 극에 달했다.
하지만 결과는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선 오 전 의원이 재검표를 통한 표 합산에서도 맹 전 의원을 여유 있게 따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오 전 의원 측 지지자들은 장내에서 꽹가리와 징 등을 치며 환호했고, 오 전 의원 지지를 선언하며 경선을 포기한 박계동 의원도 이들과 어우러져 당선을 축하했다.
대회시작 전부터 세 후보의 지지자들은 풍물패 등을 앞세워 지지후보를 연호하는 등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첫 장면은 ‘색의 대결’이었다. 기호 1번인 홍 의원 지지자들은 붉은 색 티셔츠와 붉은 색 막대풍선을 들고 나왔고, 기호 3번 맹 전 의원 지지자들은 얼굴에 기호를 새긴 페이스페인팅을 한 채 청바지를 입는 등 블루 일색이었다. 환경을 내세운 기호 2번 오 전 의원 역시 녹색 넥타이를 착용하는 등 녹색을 앞세웠다.
3인의 캐치프레이즈 대결도 볼만했다. 행사장 주변에는 ‘빼앗긴 1번 찾아오겠습니다’(홍준표), ‘민심도 당심도, 확실한 승리 후보’(오세훈), ‘흔들림없이 당을 지켜온 검증된 후보’(맹형규) 등 플래카드와 현수막이 홍수를 이뤘다.
특히 오 전 의원은 열린우리당 후보로 유력한 강금실 전 장관과의 지지율 격차 변화 추이를 그래프로 그린 현수막을 내거는 기민함을 보였다.
이재오 원내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의 축사에 이어 진행된 세 후보의 마지막 연설에서 홍 의원은 ‘강한 시장론’을 역설했고, 오 전 의원은 ‘젊은 시장론’을, 맹 의원은 ‘준비된 시장론’을 각각 들고 나왔다.
오 전 의원은 본선 필승에 무게를 두었고 맹 전 의원과 홍 의원은 검증된 후보와 노무현 정권에 맞설 후보를 강조했다.
세 사람은 단상에서 시종 미소를 던지는 등 짐짓 여유를 보이면서도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정면만 응시하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그러나 상대가 손을 치켜 들고 목소리 톤을 높이면서 청중의 박수를 유도할 때면 박수를 보내는 신사도를 보였다. 선거인단도 이들이 열변을 토하는 대목에선 지지 후보와 상관없이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등 축제분위기를 즐겼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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