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임시국회가 사립학교법 재개정이라는 암초에 걸려 다른 주요 현안을 아무 것도 처리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폐회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놓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한나라당이 개정이 관철되지 않는 한 나머지 현안 처리에 응하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양당은 26일에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열린우리당 김한길,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는 25일 밤 12시가 넘도록 마라톤 협상을 벌인 데 이어 26일에도 하루종일 줄다리기를 했지만 오후 4시쯤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일단은 비정규직 관련법과 부동산 후속대책 관련법 등 12개 쟁점 법안을 볼모로 잡고 있는 한나라당이 느긋해 보인다. 반면 우리당은 군소 야당들의 협조를 받을 수 없는 처지여서 전전긍긍이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26일 비공개 의총에서 이런 속셈을 털어 놓았다. 그는 “민노당은 비정규직 법 때문에, 민주당은 조재환 사무총장 구속 건 때문에 여당과 손을 잡을 리가 없어 자기들끼리는 법안 처리가 어렵다는 현실을 여당도 잘 알고 있다”며 “법사위원장을 우리가 갖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어 “‘사학법 상 개방형 이사제를 고치지 않으면 쟁점 법안 통과는 모두 물 건너 간 줄 알라’는 뜻을 어젯밤 김한길 원내대표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사학법 개정안이 7월부터 시행되는 만큼 6월 국회로 넘기면 기회가 없으니 4월에 반드시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은 한나라당도 마냥 여유 있는 입장은 아닌 셈이다.
이날까지 협상과정은 이렇다. 한나라당은 당초 개방형 이사제를 대학에만 도입하고 초ㆍ중ㆍ고교는 예외로 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에 대해 우리당은 “사학 비리는 초ㆍ중ㆍ고가 더 심하다”는 이유로 거부한 뒤 현재 시행령에 명기된 ‘개방형 이사는 건학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자로 한다’ 등 이사 자격과 추천 절차 등을 모법에 담아 주겠다고 역 제안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개방형 이사를 학운위에서 추천한다는 조항이 있는 이상 전교조 교사가 개방형 이사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엔 불충분하다”며 비토했다.
한나라당은 또다시 현 개정안의 ‘개방형 이사는 학운위에서 2배수를 추천, 선임한다’는 조항을 ‘학운위 등에서 선임 할 수 있다’’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재단 마음에 들지 않는 이사가 선임되는 것을 최대한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우리당이 “사실상 사학법을 무효화 하는 것”이라며 거부해 협상이 결렬됐다.
한나라당은 “우리의 첫 제안이나 수정 제안 중 하나라도 여당이 수용해야 국회를 정상화 하겠다”고 배수진을 친 상태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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