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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단일민족과 혼혈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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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단일민족과 혼혈문화

입력
2006.04.2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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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언어, 문화 등 사회적 지표상으로 한국이 세계 유일의 단일민족이라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우스개소리로 지구촌 거의 모든 국가가 가입돼 있는 유엔으로부터 ‘천연기념물’ 지정을 받아도 마땅할 만큼 독보적인 존재가 한국이다.

2002년 온 세계를 놀라게 한 월드컵 응원전도 사실은 5,000년 배달민족의 한이 어려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 농촌총각 등 국제결혼 늘어

서울 강남 번화가에서부터 제주도 남단 마라도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어디를 가더라도 우리는 늦은 밤시간에도 마음놓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다. 오죽하면 세계에서 치안질서가 가장 잘 확립된 나라의 하나인 일본 대사가 사석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더 ‘안전’하다고 할 정도였겠는가.

다인종, 다언어, 다문화 사회의 대표격인 미국 뉴욕은 어떤가. 대다수 뉴욕커들은 밤길 안전이 두려워 저녁 8시 이후에는 출입을 삼간다. 사실상의 통금 시간인 것이다. 외국인이 전체 인구의 10~20%를 차지하는 유럽의 주요 대도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대답은 간단하다. 서로 다른 피부색, 언어, 문화 등의 이유로 그 사회에 100% 동화되지 못한 외국계 이민이나 불법체류자가 빈곤한 하층계급을 형성하고 사회복지 혜택에서도 소외되면서 쉽게 우범자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한 우리 국민의 13.6%가 외국인을 배우자로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촌 총각의 경우 35.7%가 베트남 등의 동남아 출신 신부를 맞았다. 일부 군 단위 지역에서는 국제결혼율이 40%에 달했다. 문화와 관습의 차이 등으로 이들의 이혼율이 50%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지만 어쨌든 농ㆍ어촌 국제결혼으로 태어나는 2세 혼혈아동들이 벌써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피부색이나 언어, 문화의 차이로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등 사회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이들 아동보다는 위의 연령층인 흑ㆍ백인계 혼혈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다수가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없으며, 경제수준이 낮을수록 우울증이나 무력감에 빠져 자살충동까지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혼혈아동 위한 대책 세워야

그러나 한 지방 초등학교에 다니는 중국ㆍ일본계 혼혈아동들의 경우, 학교생활에 적응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피부색과 외모가 비슷해 담임교사들조차 어머니가 외국인인 줄 몰랐다는 것이다.

1619년 미 대륙에 최초의 흑인노예가 들어온 지 40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흑백 인종분규가 끊이지 않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피부색과 얼굴 모습은 수백년의 세월이 흘러도 쉬 변하지 않는다는 엄연한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마침 청와대가 혼혈인 관련 종합대책을 마련했다는 소식이다. 관계당국은 40만명에 이른다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대책 수립은 물론, 농ㆍ어촌의 국제결혼으로 새로 태어나는 우리의 2세들이 겪게 될 문화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도 세워야 할 것이다.

김경수 명지대 교수ㆍ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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