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H고 정모(57ㆍ윤리과) 교사는 요즘 논술만 생각하면 잠이 잘 오지 않는다. 2008년 입시부터 대학마다 논술비중을 크게 높일 방침이지만
학생들에게 논술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정교사는 지난달부터 1,2학년을 상대로 주당 1시간씩 글쓰기 등 논술수업을 실시하고 과제를 낸 뒤 방과 후에 지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세련된 글쓰기와 방대한 전문지식을 갖춰야 하는 통합교과형 논술준비에는 턱없이 부족해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대학입시에서 ‘폭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논술을 둘러싸고 지역ㆍ학교ㆍ학생간 편차가 커 ‘합격률 양극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서울 상당수 지역에서는 연간 수백만~수천만원대 고액 논술과외가 성행하고 있지만 중소도시나 시골 학교에서는 아예 손을 놓고 있다.
경남 거창의 한 고교 교사는 “여건상 체계적인 논술지도는 어려워 권장도서를 선정해주고 무조건 많이 읽고 많이 써보라는 말밖에는 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H여고 등 부산지역 20여개 고교는 학생 1인당 30만~50만원씩 내고 서울지역 강사를 초청해 8~10주 과정으로 논술을 준비중이다. 그러나 수준이 높지 않은 강사가 대부분이어서 서울지역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내심 불안해 하고 있다.
대구지역 D학원 관계자는 “지방에서는 통합교과형 논술강사 기근현상이 심해 학교 뿐 아니라 학원에서도 서울지역 웬만한 강사는 초청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매주 토ㆍ일요일을 이용해 서울 강남지역 고액 논술학원 등으로 원정 가는 지방 고교생들이 일부 부유층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서울 강남의 경우 1명의 대표 논술강사가 석ㆍ박사급 10여명을 보조강사로 두고 영역별로 출제 가능한 문제를 추려 집중 훈련시키는 대가로 한 달에 수백만원씩 받고 있다”고 전했다.
주부 김모(45)씨는 “심지어 명문대에 합격하면 억대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백지수표식 논술과외도 있다”고 귀띔했다.
각 지역 교육청에서도 논술 지도교사의 역량강화 등 나름대로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부산교육청은 2004년 54명, 2005년 60명, 올해 131명의 논술 지도교사들을 상대로 직무연수를 실시할 예정이지만 30시간의 짧은 연수로 과연 어느 정도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논술지도가 가능한 대학교수 및 고교교사 13명을 선발해 토요 논술학당도 운영하고 있지만 수혜 학생은 고작 80명 선에 그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고교생 논술지도를 위해 올 여름방학 때 고3학생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논술 마을’을 열기로 했다.
논술 마을은 10여개 학교를 하나로 묶어 총 5~7개의 거점 학교를 지정, 논술교사가 60시간동안 학생들이 쓴 글을 읽고 고쳐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와함께 논술지도 교사 및 학생연수, 온ㆍ오프 라인 을 겸한 ‘E-Study’지도 등도 추진중이다.
광주시교육청은 지난달초 논술교육활성화 기본계획을 마련, 각 급 학교에 국어교사를 중심으로 4,5명으로 ‘논술지도위원회’를 구성해 운영중이다. 또 지역 초ㆍ중ㆍ고교의 경우 독서, 논술 경시 대회 및 독서토론회를 확대하기로 했다.
부산교육청 관계자는 “서울 및 수도권에 비해 강사 자원 및 지도능력이 크게 달려 논술이 입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경우 지방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률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광주=김종구기자 sor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