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初)잎은 따서 상전께 드리고, 중잎은 부모님께, 말잎은 서방님께….”
‘곡식에 필요한 비가 내린다’는 곡우(穀雨ㆍ20일)가 지나면서 지리산 자락 경남 하동군 화개ㆍ악양면 일대 야생차 주산지에서 어린 햇찻잎 따는 아낙네들의 구전민요 소리가 구성지게 메아리치고 있다.
하동의 야생다원은 기계작업이 원천적으로 힘든 비탈길에 자리잡고 있다. 때문에 1,759개 농가에서 찻잎 따기에 하루 5,000여명의 인력이 필요해 이웃 전남 구례ㆍ광양지역에서도 ‘원정손길’이 이어진다.
차 재배농가에서는 아침이슬을 머금은 찻잎의 이슬이 채 마르기 전에 차를 만들기 위해 전통 수제차 제조법에 따라 무쇠솥에 밤새워 차를 덖어내느라 여념이 없다. 가로ㆍ세로 1~2㎝에 불과한 어린 햇 찻잎은 ‘녹차중의 녹차’로 가격도 최상급이다.
하동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차가 생산된 시배지(始培地)이자 최근 재정경제부가 지정한 ‘야생차 산업특구’. 차 재배면적이 679㏊로 전국의 23%를 차지하고 있는 하동군은 명실상부한 야생차의 본고장이면서 최대 생산지이다.
화개면 정금리에서 높이 5㎙(평균 1㎙ 안팎)에 이르는 국내 최고(最古)ㆍ최장(最長) 차나무(경남도 문화재 264호)가 발견됐고, 국내 최초의 녹차명인 2명도 탄생시켰다.
군은 특구 지정을 계기로 ‘그린투어리즘’ 프로젝트를 마련, 화개면 운수리 일대 2만5,000여평에 2010년까지 국ㆍ도비, 민자 등 417억원을 들여 녹차 공동 가공시설과 녹차과학연구소를 건립할 계획이다.
또 화개면 운수리 쌍계사 앞 1만평 부지에 차문화센터와 하동녹차체험관을 건립, 차 문화 메카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군이 직영하는 차문화센터에는 상설 차 전시ㆍ판매장과 차 관련 각종 세미나를 개최하고 녹차체험관에는 관람객들이 직접 찻잎을 따서 녹차를 빚을 수 있는 체험시설과 문화해설사로부터 다도(茶道)를 배울 수 있어 하루 평균 100여명의 관람객들이 찾는 관광 명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여기서는 차 가운데 가장 좋은 우전차(곡우 전에 따는 차)를 1봉지(100g 단위)를 시중가보다 30~40% 정도 저렴한 6만~7만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문의 차문화센터(055-883-8788).
하동녹차발전협의회는 22일 화개면 운수리 차 시배지에서 ‘제1회 하동야생차 풍다제’를 열어 고객과 생산자와의 교류를 통한 소비기반을 다지는 등 녹차산업의 새로운 홍보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하동군도 지난해 문화관광부의 우수축제로 선정된 ‘하동야생차문화축제’를 다음달 18~21일 개최, ‘세계 속에 스며드는 천년의 향’, ‘야생차의 고장 하동’, ‘세계 속의 다향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주한 외국대사 초청행사와 외국인 차예절 대회, 전국 녹차음식 명인선발대회, 전국 다시(茶詩) 낭송대회 등을 처음으로 열어 하동 녹차의 국제화를 꾀할 계획이다.
하동=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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