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 증후군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직원 가족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각오로 웰빙가구 제작에 나서고 있습니다.”
21일 충북 영동군 황간면 에넥스 황간공장 몸체라인. 이곳에서 21년째 근무중인 박영태(47) 생산지원부장은 “이곳 라인은 국내 최초로 유해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워터본(water borne) 공정을 거친 친환경 가구를 제작, 내달 1일부터 출시하게 된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에넥스의 황간공장은 한국 가구산업에서 의미있는 실험을 진행중이다. 이곳에서는 유해물질이 없는 수용성 도료를 직접 파티클보드에 입혀 가구를 만든다는 점에서 새 가구에 따라붙는 유해물질 논란을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에넥스측의 주장이다. 친환경가구 제작이 가능한 것은 생산라인에서 유해물질이 없는 수용성 도료를 직접 파티클보드에 입히는 등의 혁신적인 공정을 채택하고 있는데 따른 것. 이렇게 생산된 제품은 속칭 ‘시너냄새’ 가 나지 않는다. 몸체뿐 아니라 도어 역시 기존 열건조 대신 자외선(UV) 건조공정을 거쳐 항균효과를 내는 점이 특징이다.
지금까지의 가구공정은 가구의 몸체를 만들 때 파티클보드에 포름알데히드 접착제를 이용해 별도의 표면재를 부착하는 방식이었다. 이로인해 새집증후군의 원인이 되는 유해한 물질 논란이 소비자단체등에서 줄곧 제기돼 왔다.
황간공장의 경우 가로 1.2m, 세로 2.4m 크기의 가구 원판이 컨베이어 위에 올려지면 160m길이의 라인을 따라 23개의 공정을 통과한다. 그리고 2분 30초마다 1개씩 심재(心材)인 파티클보드(PB)가 완성돼 가구몸체로 만들어진다. 황간공장의 가구생산량은 일주일에 11톤 트럭 15대분. 아파트 400 세대에 주방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엄청난 물량이다.
에넥스는 한샘과 함께 국내 주방가구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업체지만 지난해 건설경기 침체로 29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2000년 이후 5년 만의 첫 적자였다. 하지만 260여명의 황간공장 직원들의 표정에는 ‘성공할 수 있다’는 각오와 활기가 넘쳤다.
5월부터 ‘워터본(water borne)’ 공정을 거친 친환경 제품들이 웰빙가구 붐을 타고 좋은 반응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영태 부장은 “전통적인 가구공장의 경우 코가 막힐 정도로 매캐한 냄새와 눈과 코, 입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뽀얀 먼지가 자욱한 공장을 연상하기 십상”이라며 “하지만 지난해 워터본 설비를 도입한 이래 황간공장에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1만평 규모의 황간공장에는 워터본라인 도입 이외에도 집진기 23대와 흡착기 12대가 설치돼 ‘먼지와 유해물질 제로(0)공장’의 신화에 도전하고 있다.
친환경 공정 도입을 통한 웰빙가구 생산은 지난해 연말 취임한 박진호(44)사장의 강력한 의지에서 비롯됐다. 어려운 여건 속에도 50억원을 투자해 ‘워터본 설비’ 를 도입하도록 창업주인 박유재(72) 회장을 끈질기게 설득한 것이 주효했다.
박 사장은 “발상의 전환이 없으면 저가는 중국산에, 고가는 유럽산에 밀려 국내 가구업계가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며 “가구 선진국인 이탈리아나 스페인에 뒤지지 않는 친환경 고급가구를 만들어 가구선진국으로 도약하는데 일조하겠다”고 강조했다.
영동=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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