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바나(Nirvana), 커트 코베인을 사랑하기란 쉽다. 뱃속과 머리 속을 동시에 긁는 도취성 강한 음악, 27살의 권총 자살과 ‘한 순간에 타버리는 것이 낫다’로 끝맺는 유서, 피부가 녹색이 되도록 마약에 찌들었어도 여전히 투명하게 기억되는 담청색 눈동자.
‘10대 같은 냄새’(smells like teen spirit)로 등장해 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 시대를 열었던 커트 코베인의 삶을 추적한 ‘평전 커트 코베인’이 나왔다.
악마 그림을 낙서하고 미술과 음악에 재능이 있던 그는 9살 때 부모가 이혼한 후 자신의 내면만을 좇았다. 어른이 보기에 그는 게으르고 음울하고 불완전한 아이였다. 사실을 과장하고 거짓말하는 버릇은 평생 갔고, 그를 안다는 사람들도 실제로는 그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다고 느꼈다. 그는 이미 10대 초반에 삶을 계획한 듯 보인다. 14살에 친구에게 “나는 음악에서 슈퍼스타가 될 거야. 그리고 자살을 해서 영예의 불꽃 속에 사라질 거야”라고.
강한 자기혐오와 마약 복용 때문에 너바나는 성공 후에도 패배자처럼 보였고, 그것은 오히려 그들에 대한 사랑을 증폭시켰다. 대중이 그랬고, 커트 코베인의 ‘소울 메이트’였던 아내 커트니 러브가 그랬다. 때문에 자살을 위해 약물치료 센터에서 도망쳐 나온 코베인을, 커트니 러브가 미친 듯 찾는 장면에서는 작은 의심이 솟아오른다. 그는 자살로 자신의 삶을 포장하는데 급급해 한, 무책임한 사람은 아니었는지….
저자는 서문에서 ‘가치 판단 없이 그의 인생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책의 목적이라고 한계를 그어, 독자의 기대를 점잖게 낮춰놓았다. 하지만 인터뷰한 주변 인물만 400명. 아쉬운 대로 커트 코베인이 생전 주변에 뱉었던 한마디 한마디까지 주워가며 그의 생애 모든 순간을 더듬어보고 싶은 팬이라면 이 이상의 책은 찾기 힘들 것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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