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은 받을 때보다 줄 때 더 행복하다. 받는 이의 기쁨을 떠올리며 설레는 즐거움이 고스란히 주는 이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어린 왕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지만 이 정도면 ‘카메오’에 가깝다. 대신 왕자에게 줄 선물을 궁리하는 동물들의 들뜬 모습이 보는 이를 즐겁게 만든다. 박자도 안 맞는 노래를 부르고 깃털이 떨어질 새라 사뿐사뿐…. 할아버지처럼 보이는 대머리 황새들의 퍼포먼스 연습 대목에선 웃음이 터진다. 아이들에게 생소한 모래쥐나 담비, 비버는 앙증맞은 외모 덕에 하는 짓도 귀엽다. 다들 인디언처럼 멋들어지게 꾸며 축제 기분이 생생하다. 이렇게 나오는 동물이 모두 열이나 된다.
자, 그럼 이들이 기대하는 어린 왕자는 누구일까? 밀림의 왕자 ‘레오’를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딴 마음(?)을 품은 원숭이를 생각하면 더 어이가 없으리라. 하지만 이 주인공을 보고 나면 숲 속 동물들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될 것이다. 작은 생명을 소중히 하는 그 예쁜 마음이 말이다. 이에 비하면 그 많은 선물을 받고도 아쉬워하는 이 왕자는 살짝 얄밉다.
역시 사랑이든, 선물이든 주는 이의 행복감이 더 큰 게다. 네 살 무렵부터 읽어줄 수 있다.
박선영기자 philo9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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