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은 22일 일본의 우리측 배타적경제수역(EEZ) 수로측량계획으로 촉발된 위기를 외교적 협상으로 해결함에 따라 일단 물리적 충돌은 피하게 됐다.
우리 정부로선 일본이 국제수로기구(IHO)에 통보한 6월말까지 탐사를 중지한다는 약속을 받아 내 일본의 수로측량계획을 무산시켰고, 일본은 우리 정부로부터 일단 독도부근 해저지명의 6월21일 IHO 해저지명소위원회 등록신청을 막아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급한 불만 끈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7월 이후 양측 행동을 제한할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EEZ경계가 획정됐더라면 이번 사태는 애당초 발생하지 않았을 것인 만큼 5월 중 실시될 양국의 국장급 EEZ 경계획정 협상을 통한 포괄적 해결시도를 ‘규제’로 주장할 수 있다.
그렇지만 1996~2000년 4차례 협상에서 독도영유권 문제로 진전이 없었던 만큼 재개되는 EEZ협상의 전망 역시 불투명하긴 매한가지다.
9일간의 양국 대치와 협상결과는 우리 정부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일본측은 야치 차관이 방한까지 하며 협상에 나서 ‘한국의 강경대응에 굴복했다’는 자국 내의 비판을 받기는 하지만, 실리를 챙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협의에서 적어도 한국이 독도 주변 해저지형의 한국어명을 IHO에 등록신청을 유보케 하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또 단지 2척의 해양측량선을 항구에 대기만 시키고도 한일 갈등을 전세계에 알려 독도를 ‘분쟁지역’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입장에서 그 동안의 ‘조용한 외교’를 벗어나 강력한 대응의지를 국내외에 천명, 일본이 쉽게 도발치 못하도록 기선을 제압하고 일본을 ‘동아시아의 말썽꾸러기’라는 이미지를 각인케 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 중 독도 침탈’이라는 역사적 인식을 바탕으로 일본 관료들을 공박한 것은 향후 독도영유권 분쟁에서 논리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계기로 평가된다.
일단 일본의 수로측량계획으로 촉발된 양국의 갈등은 수면아래로 가라 앉았지만, EEZ협상과정을 통해 언제든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EEZ협상은 독도영유권 문제의 해결 없이 매듭을 풀 수 없는 난제다.
더욱이 우리 정부가 EEZ기점으로 과거 협상에서 제시했던 울릉도 대신 독도를 채택할 것을 시사, 접점은 더욱 요원해 보인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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