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용미2묘지 38단지 옆. 2만 9,000평의 산자락에 20~30년 된 나무들이 봄 햇살을 받으며 새싹을 틔우고 있다.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 벚나무를 비롯, 참나무 자작나무 참나무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 나무들은 보건복지부가 입법 예고한 ‘장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올 상반기 중 국회에서 통과되면 망자(亡者)의 넋을 기릴 추모목들이다. 서울시가 친환경적 장묘법인 수목장(樹木葬) 실시를 위해 2,530그루의 추모목을 선정하는 등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갔다.
서울시는 묘지의 국토 잠식 등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화장(火葬)한 유골(뼛가루)을 나무나 화초, 잔디 아래 묻거나 뿌릴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통과되면 시 조례를 개정해 수목장(樹木葬) 유료화 등 실무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시는 2007년까지 2만 9,000평의 이곳을 수목장 공원으로 조성, 나무 한 그루에 14기의 유골을 빙 둘러서 묻게 할 계획이다. 서울 고양 파주 시민이면 화장한 후 3일 이내에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며 1위당 20만원을 받을 예정이다.
유골은 가로ㆍ세로 각각 40㎝와 깊이 30㎝의 구덩이를 파서 한지로 만들어진 상자에 담아서 묻게 된다. 시는 나무에 비석 등을 설치할 수 없도록 했지만 고인의 이름 등을 기록한 명함만한 크기의 표식판 정도는 나무에 매달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한지와 유골은 세월이 지나면 자연으로 되돌아 가는 만큼 사용연한을 30년으로 보고 그 이후에는 다른 유골을 묻는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장묘문화센터 김홍렬 소장은 “산책로 등 최소한의 시설만 설치할 뿐 수목장 공원은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유지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개별산골(잔디밭에 구덩이를 파서 유골을 묻는 방법)을 위해 조성된 용미1묘지 추모의 숲 B구역도 수목장 공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글ㆍ사진=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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