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심의 회색빛 담장이 10년간 1만7,900㎙나 사라졌다. 이 공간은 10만평에 가까운 녹색의 소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당초 “멀쩡한 담을 왜 허무나” “도둑 들면 누가 책임지나”라는 비난과 걱정 속에 시작된 담장허물기 운동은 이제 전국의 웬만한 도시는 물론, 해외에서도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정도로 뿌리를 내렸다
대구의 담장허물기는 1996년초 서구청을 시작으로 행정기관이 앞장섰다. 그러나 98년까지 3년간 경상감영공원 등 7곳만 담장을 허무는 데 그치자 대구지역 시민단체 종교계 학계 등 136개 기관ㆍ단체로 구성된 대구사랑운동시민회의가 99년 5월 중점과제로 담장허물기 시민운동을 시작했다.
특히 98년 11월에는 대구YMCA 쉼터 소장 김경민(45)씨가 자신이 살던 대구 중구 삼덕동 2층 양옥집의 담장을 허물면서 민간에서도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지난해말까지 대구에서는 관공서 104곳, 주택ㆍ아파트 113곳, 상가 49곳, 보육ㆍ복지ㆍ종교시설 60곳, 공공ㆍ의료시설 16곳, 학교 18곳 등 모두 362곳이 담장을 허물었다.
담장허물기 운동이 뿌리를 내리면서 대전이 2003년부터 유성구청과 중앙고 등 40곳의 담장을 없앴고 서울에서도 올해 구로구 신도림동 우성아파트 등 7개 아파트가 동참하는 등 전국 1,000여곳이 담을 없앴다.
게다가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도 이를 배워갔고 일본 대학생들도 담장허물기를 테마로 논문을 쓰는 등 해외에서도 유명세를 타면서 2000년 1회 지방자치단체 개혁박람회(행정자치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주최)와 2002년 세계환경정상회의에서 우수사례로 채택됐다. 또 2002년 법문사에서 발행한 고교 교과서 ‘인간사회와 환경’에 소개되기도 했다.
대구사랑운동시민회의는 올해도 희망가정 30곳에 대해 사업비 일부와 무료설계, 원가시공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한편, 담장허물기 10년을 맞아 아예 ‘담장 안 하기’로 운동을 한단계 발전시키기로 했다.
이미 대구에서는 2002년 조성된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 선수촌 아파트와 동구 동호지구의 상록아파트 등 아파트 단지, 중앙초등학교 도원고 성산고 화원중 등 신축학교들이 담장을 아예 만들지 않는 등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마을만들기 운동도 펼치고 있는 김경민씨는 “담장을 허문 후 마당이 넓어지고 밝아진 느낌이 드는 것은 물론, 이웃의 얼굴이 부쩍 눈에 많이 띄고 이야기 나눌 기회도 많아졌다”며 “담장허물기가 이웃공동체를 부활 시켜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촉매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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