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이란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게 아니라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독창적이고 환상적인 그림으로 사랑 받는 화가 파울 클레(1879~1940)가 한 말이다. 그런 생각으로 그린 그림인 만큼 그의 작품은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
대상을 재현한 것이 아니면서 완전히 추상적이지도 않은 그의 그림은 한 눈에 들어오는 미술이 아니라 보고 생각하게 만드는 미술이다. 그것은 시나 음악, 꿈에 가깝다.
서울 올림픽공원의 소마미술관(구 서울올림픽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눈으로 마음으로’ 라는 부제를 붙인 이번 전시는 클레 개인전으로는 국내 첫 행사다.
스위스 베른의 파울 클레 미술관에서 가져온, 초기 작부터 세상을 떠난 해의 작품까지 60점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현대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미술사의 한 장을 차지하고 있고, 미술 교과서에도 작품이 실려 있지만, 그 동안 국내 전시가 거의 없었다.
그의 작품세계는 몇 마디로 요약하기 힘들다. 남긴 작품이 9,000 점이 넘고, 캔버스 뿐 아니라 종이와 삼베, 나무판 등 다양한 소재를 써서 유화, 템페라, 수채, 과슈, 동판, 드로잉 등 다양한 기법을 실험했다.
동화 같고 천진한가 하면 괴기스럽기도 하고, 시적인 감성이 넘치는가 하면 기하학적인 색면 분할로 엄격한 지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처럼 다면적인 세계는 그가 음악 가정에서 자란 바이올린 연주자였고, 철학과 식물학, 생물학, 인류학 등 여러 학문에 관심을 기울인 지식인이기도 했던 데서 비롯된 것이다.
첫 눈에 바로 느껴지는 것은 숙련된 드로잉과 색채에 대한 특별한 감수성, 그리고 음악적 감각이다.
예컨대 아주 긴 제목의 수채화 ‘그리고 아, 나를 더욱 쓰라리게 하는 것은 당신이 내가 가슴 속으로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모른다는 겁니다’(7 X 24 ㎝, 1916)는 음악의 대위법을 그림으로 번역한 것 같은 작품이다.
전시장은 시기별로 구분돼 있다. 초기는 드로잉이, 중기는 수채화가, 후기는 판화ㆍ유화ㆍ 삼베 등 복합재료의 작품이 많다. 그의 말년은 힘들었다.
독일에서 활동하다가 나치에 의해 ‘퇴폐적 예술가’ ‘정신병자’로 찍혀 1933년 스위스로 이주했고 근육이 굳어가는 희귀병으로 고생하면서도 죽을 때까지 매일 그림을 그렸다.
1923년 작 판화 ‘줄타기 곡예사’나 1940년 작 유화 ‘죽음의 천사’ 에는 그러한 정치적 상황과 개인적 불행의 그림자가 깔려 있다. 전시는 7월 2일까지. (02)410-1066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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