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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佛작가 샨사 장편 '음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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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佛작가 샨사 장편 '음모자들'

입력
2006.04.2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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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태양’이라 불린다는 중국 태생의 프랑스 작가 샨사는, 그의 가장 빛나는 작품 ‘바둑두는 여자’에서 “바둑은 기만의 게임”이라 했다. 그 소설에서 작가는 젊은 여자와 점령군(일본군) 정보장교의 연애 심리, 그리고 당대의 힘의 역사를 좁은 바둑판에다 압축했다. 그리고 새 장편 ‘음모자들’(이상해 옮김, 현대문학)을 통해 제유(提喩)의 망토를 벗고 실제의 세상, 그 기만의 사랑과 힘의 자장 속으로 돌진한다. 두 작품은 이 젊은 작가의 어제와 오늘을, 또 그가 노려보는 세상의 진실을 대위법적으로 보여준다.

다국적기업 컴퓨터 엔지니어인 남자와 천안문 사태로 망명한 여전사. 하지만 이들의 실제 신분은 각각 미국과 중국을 위해 일하는 고급 스파이다. 두 사람은 정체를 숨긴 채 서로에게 접근, 정보를 캐내기 위해 고도의 심리적 육체적 기만 게임을 펼쳐나간다.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만남은 중단 없는 전쟁이다.”(103쪽)

하지만 둘의 스파이적 신념은, 각자의 혁혁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조국의 도덕적 타락과 이념적 변절 앞에 미세하게 균열하고, 상대를 경계하고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서로를 연민하게 된다. “그녀는 그들이 같은 노하우,… 똑 같은 고독을 선고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스파이에게 연민보다 더 위험한 것이 있을까?”(208쪽)

그리고 사랑! “낯선 두 존재가 벌거벗음과 행복한 꿈의 기대 속에서 결합되는 깊은 감옥”(111쪽)인 ‘침대’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120쪽)인 ‘피부의 스침’은, 기만의 형식처럼 반복된다.

처음부터 둘은 서로의 실체를 안다. 하지만 그 실체의 실존까지 닿지는 못한다. 그가 누군지, 그녀가 누군지…, 아니 그들 스스로도 자신이 누군지 확신할 수 없는 고독한 스파이들.

작가는 이들 둘과 그들이 대리하는 국가간의 거대한 기만 게임을 감각적이고 시적인 문장으로 펼쳐나간다. 그리고 마지막 ‘진실게임’이 하나의 물음과 함께 시작된다. “당신은 사랑할 수 있어? 난 사랑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소설을 덮은 뒤에도 긴 여운을 남긴다. 당신은…?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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