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만 쏘지 않았지 실제 상황을 마친 기분입니다. 5~6m의 높은 파도가 갑판을 덮칠 땐 머리카락이 주뼛주뼛 서는 것 같았습니다.”
일본 해안보안청 해양측량선의 독도 해역 진입 상황에 대비한 고강도 기동훈련을 마치고 23일 오전 8시 동해항으로 귀항한 동해지방해양경찰본부 소속 경비정 1058호(1,500톤급ㆍ함장 윤석훈 경정) 부함장 김종훈(53ㆍ사진) 경감은 “일본 측량선이 침범했을 때 얼마나 신속히 저지하느냐를 생각하느라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5일 동안 일촉즉발의 긴장이 감돌았던 독도 해상에서 머물었던 김 경감의 얼굴엔 비장함이 채 가시지 않았다.
일본의 EEZ(배타적 경제수역) 침범에 대비한 우리 해양경찰의 실전훈련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었다.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경비정 1058호는 다른 경비정 17척과 함께 하루 2~4회씩 12시간 훈련하고 12시간은 경계 근무를 서는 등 24시간 근무 상황이 이어졌다. 때문에 600여명의 경찰 병력은 1주일 동안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며 강행군을 해야 했다.
특히 일본 측량선의 출항이 통보된 20일에는 폭풍우가 몰아쳐 작전 수행이 더욱 어려웠지만 일본 측량선의 침범을 가상해 밀어내기-나포-무력 충돌에 대비한 모의 훈련이 강도 높게 실시했다. 김 경감은 “20일 오후 1,500톤급 이상 경비정 등의 부함장 항해장 등이 헬기를 이용, 현장 지휘본부인 삼봉호에 모여 긴급 작전회의를 할 땐 전시 분위기와 다름 없었다”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한ㆍ일 외무차관간 최종 협의일인 22일 새벽 5시 30분. 이날 회담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렬되면 바로 ‘실전 상황’이 전개될 순간이었다. 지휘부의 지시에 따라 1058호도 ‘횡열진’ ‘종열진’ 등 각종 작전 진형을 짜며 막바지 훈련에 임했다.
이날 오후 6시께 본청에서 ‘협상 결렬, 경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는 전문이 내려왔다. 대원들사이에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김경감은 “그로부터 1시간 30분 남짓 지나 상황이 반전되고 있다는 전문을 받기 전까지는 전투에 임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회상했다. ‘협상 타결.’ 전문이 하달되는 순간 경비정 1058호 대원들의 얼굴에도 비로소 웃음이 번졌다. 거친 풍랑 속에서 5일 3시간 동안 일본 측량선과의 ‘가상 전투’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김경감은 “인접국 간에는 협의 하에 해양 탐사를 할 수는 있으나 이번 경우는 전혀 다르다”며 “사전에 철저하고 조직적으로 대응해야 이런 사태가 재발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독도에서 비상사태 가 발생, 다른 지역에서 지원을 받으려면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동해 해경에 대형 함정을 추가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해=곽영승 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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