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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아직도 변칙증여를 하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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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아직도 변칙증여를 하려 하는가

입력
2006.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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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일가가 국민기업을 사기업화하고 그것도 모자라 공인의 신분에 맞지 않는 언행을 계속하는 현실을 보노라면 대한민국 경제가 아직도 멀었다는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글로비스㈜라는 물류 전문 자회사를 세워 엄청난 시세차익을 거둔 것도 모자라, 엄청난 규모의 재산을 가진 재벌 일가가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왜 조성했는지 그 끝없는 욕심에 기가 막힐 노릇이다.

●돈으로 죄값을 해결하려는 재벌

결국은 이 모든 이득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하지만 글로비스의 상장 과정에서 그 전망을 보고 투자한 투자자는 아닌 밤중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말았다. 더구나 죄값을 달게 받지 않고 돈으로 해결하려는 재벌들의 행태는 결국 국민들의 미움을 살 것이다.

이 사건은 결국 변칙적인 경영권 승계가 최종 목적이므로 현대차 그룹의 변칙 경영권 승계를 해부하여 보고 그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경영권 승계의 실탄으로 사용하려고 하였던 엄청난 주식 시세 차이는 글로비스와 비슷한 업종인 대한통운이나 한진의 회계자료를 분석하여 보면 어떻게 그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가 가능하였던 것인 지 알 수 있다.

대한통운의 경우 2005년에 1조 1,716억원의 매출에 47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러한 영업 실적을 통하여 대한통운의 최근 주가는 7만8,000원정도이고 시가총액은 8,658억원이다.

대한통운이 1930년 설립된 후 75년 동안 6,098억원의 자본이 투자되었으니 주주가 얻은 이익은 별로 없는 셈이다. 한진의 경우도 7,426억원의 매출에 38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고, 시가총액 3,377억원에 1958년 설립된 이후 투자된 자기자본이 1,212억원이니 50년 동안 2배 정도의 이익을 올린 셈이다.

그러나 글로비스의 경우 비록 2001년에 설립되었지만 단기간에 1조 5,000억원의 매출에 799억원의 이익이 나는 회사로 급성장하면서 회사의 가치가 현재 1조 2,275억원(한때는 2조 5,000천억원에 육박하기도 하였다)이나 나가게 되었다. 매출액과 이익규모로 평가되는 회사의 가치는 대한통운이나 한진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글로비스의 경우 대한통운이나 한진과는 달리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았으므로 회사의 가치가 상승한 부분은 고스란히 주주들의 몫이 되고 말았다. 한때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사장이 얻은 주식평가차익이 각각 1조원이었으며 현재의 주식시세로도 약 4.000억원의 평가차익을 각각 얻고 있다.

정상적인 기업 환경에서는 특정기업이 고가의 기업 가치를 가지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본투자와 수십 년에 걸친 기업신용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글로비스의 경우에는 현대차그룹이라는 모 기업의 물량 몰아주기로 기업신용을 해결하였고 지입차량제도라는 독특한 시스템을 활용하여 대규모 자본투자를 하지 않고도 성공적인 사업을 할 수 있었다. 특수한 조건을 가진 이런 사업기회를 발굴한다면 세금 없이 거액의 주식양도차익을 오너에게 안길 수 있어 상속・증여세 포괄주의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상속증여세 빠져나갈 구멍없게

포괄주의의 잣대로 이 사례를 검토해 보더라도 법인과 법인 간에 정상적인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까지 증여를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 거래 당사자 간에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부의 이전을 주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물며 직접 거래 당사자가 아닌 법인의 주주인 경우에는 더욱 모호해질 수 있다.

세금 없는 변칙증여를 근절하고자 하는 기존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이런 경우에 양도소득세로 과세하는 입법을 서두르는 것이 해결책이다. 부끄러운 현대차그룹의 사건을 보면서 변칙적인 증여가 없어야 우리 경제가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다시 가지게 되었다.

최영태ㆍ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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