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후진타오, 백악관은 중간 기착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후진타오, 백악관은 중간 기착지?

입력
2006.04.21 00:20
0 0

파격적인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 노림수는 뭘까.

후 주석은 중국을 떠나 곧바로 워싱턴으로 향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시애틀을 먼저 찾았다. 그는 또 상대국만 단독 방문만 하는 미ㆍ중 양국간의 암묵적 외교 관례를 깨고 미국을 거쳐 곧바로 사우디아라비아와 모로코, 나이지리아, 케냐로 떠난다.

세계 최강국이란 자부심을 가진 미국의 입장으로선 철저하게 계산된 이 같은 후 주석의 행보가 못마땅할 수 밖에 없다.

후 주석이 워싱턴을 찾기 전 시애틀을 먼저 찾은 것은 상징성이 크다. 자신의 방미가 정치나 외교적 측면보다는 경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시애틀이 있는 워싱턴주는 마이크로소프트(MS), 보잉, 스타벅스 등 세계적 기업들이 터를 잡고 있는 곳으로 대중 수출이 많아 중국 의존도가 큰 지역이다.

보잉사로부터는 항공기 80여대를 구입하기로 하고 MS를 겨냥해서는 중국 내 소프트웨어에 대한 불법 복제 단속 조치를 취하는 한편 7억 달러어치의 소프트웨어도 구매키로 했다.

엄청난 대중 무역적자로 미국 정부가 제기하고 있는 시장개방이나 지적재산권 보호 문제 등에 대비한 ‘사전 제스처’를 기업을 상대로 취했다.

또 중국에는 세계적 기업이 없는 점을 고민해오던 후 주석은 이들 기업들을 찾아 아이디어, 기술 등 그들의 노하우까지 배웠다.

미국이 원하는 위안화 절상 등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거부하면서도 미국 기업의 대중국 투자는 물론 중국산 상품의 미국 내 안정적 판매를 보장 받으려는 속내도 여지없이 드러냈다.

미국을 거쳐 곧바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찾는 것도 여러 의미가 있다. 우선 세계가 에너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견제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

더불어 중국이 갖고 있는 국제 지도력과 위상을 미국이 인정할 것을 요구한 측면이 강하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빌 게이츠와 세계 최대 석유 부국인 사우디 사이에서 백악관이 중간 기착지로 전락했다”고 분석했다.

후 주석이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은 후 주석의 방문으로 중국에 대한 딜레마에 빠져들었다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대중 무역적자에 대해 보복하도록 압력을 받아온 부시 대통령으로선 후 주석으로부터 기대만큼의 답을 얻지 못했다.

중국의 경제적 성장이 곧바로 군사력 증강으로 이어지고 있는 점도 미국으로선 눈엣가시다.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ㆍ미국 주도의 세계평화)를 주도하는 미국으로선 팍스 시니카(Pax Sinicaㆍ중국에 의한 세계평화)를 추구하는 중국을 눈뜨고 지켜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