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지난해 타계한 고우영 화백은 그리운 이름이다. 역사물 ‘임꺽정’ ‘일지매’, 고전을 각색한 ‘삼국지’ ‘서유기’ ‘초한지’ ‘십팔사략’, 청소년물 ‘대야망’ 등 굵직굵직한 작품에서 그가 보여준 활달한 필치와 특유의 해학은 만화는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통념을 깨뜨리며 한국 만화사에 큰 산맥을 일으켰다.
그의 타계 1주기를 맞아 추모전 ‘나의 인생, 나의 만화’가 22일부터 30일까지 한국일보사 1층 갤러리에서 열린다. 5월4일부터는 부천의 한국만화박물관으로 옮겨 8월27일까지 계속된다.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 세계를 한 바퀴 돌아보는 자리이자 그의 삶을 불러내는 재회의 장이다. 그의 손길이 진하게 남아있는 원화와 자필 원고, 그동안 한 번도 세상에 드러낸 적 없는 다양한 습작이 주요 작품과 함께 나온다.
개성이 뚜렷하기로 유명한 그의 만화 속 주인공들과 주요 장면이 액자에 담겨 관객을 반긴다. 생전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선보이고, 그가 쓰던 책상과 작업도구 등도 갖다 놓아 인간 고우영의 숨결을 전한다.
생전에 그는 “나는 펜이고 펜이 곧 나다. 역사의 갈피 속에 숨겨진 감정을 찾아내어 이야기를 살아있게 만드는 것이 나의 펜과 내가 지금껏 풀고 있는 숙제이다”라고 했다. 그의 작품에 짙게 배어 있는 서민 정서와 사람의 냄새가 어디서 온 것인지 짐작케 하는 말이다.
고인은 3남 1녀를 뒀다. 이번 전시는 미술(디자인)을 전공한 두 아들 성우(43) 성언(37)씨가 앞장서서 준비했다. 형제는 경기 일산에서 고우영화실을 운영하고 있다. 연극을 전공한 막내아들 성일(35)씨는 21일 오후 5시 전시 개막식에서 부친을 추모하는 간단한 연극으로 힘을 보탠다. 미국에 살고 있는 딸도 전시에 맞춰 귀국했다. 성언씨는 “부친의 개인 박물관을 만드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02)724-2613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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