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 지경까지….”
학생들의 교수 억류 사태와 주동 학생들에 대한 출교 조치는 비단 고려대 재학생이나 동문이 아니더라도 모두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상황이 어떠했든 간에 제자가 스승을 건물 안에 가둔 행위는 해도 너무 한 것이었다. 누가 봐도 잘못된 짓이요, 패륜이라고 꾸짖는 게 어찌 보면 당연했다. 행여 당사자들이 이런 나무람을 달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아마도 우리 사회 전체가 회초리를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는 해도 고려대가 잘못을 저지른 학생들에게 출교 처분을 내린 것을 두고도 이런 저런 말들이 나온다.
학교측은 “학생들이 소명의 기회를 줬는데도 뉘우치기는커녕 자신들의 억지 주장만 했다”고 극약 처방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스스로 살을 도려내는 비장한 각오로 징계를 결정했다”며 일벌백계 차원의 징계임을 내비쳤다. 대학에 법과 원칙을 세우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그러나 출교라는 게 무언가. 이는 학생들에게 사형선고나 다름 없다. 그 잘못이 아무리 무겁다 해도 한번의 잘못으로 남은 인생을 송두리째 뽑는 것은 너무 지나치지 않는가.
고대 징계대책위원회와 고대를 사랑하는 모임이 각각 펼친 서명운동에서도 ‘조치가 정당하다’는 의견(500명)보다는 ‘가혹하다’(1,200명)는 의견이 많았다.
삼성 이건희 회장도 지난해 명예철학 박사학위 수여식장에서 벌어진 학생들의 난동에 대해 “젊은이들의 혈기로 알겠다”며 아량을 베풀었다.
제자는 마땅히 스승을 존경해야 하고, 스승은 제자를 사랑으로 감싸 안아야 한다. 거기에는 선후가 없다. 제자가 패륜을 저질렀다고 이를 매몰차게 내칠 수는 없는 법이다. 스승은 스승이기 때문이다.
사회부 안형영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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