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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헬스장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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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헬스장에서 생긴 일

입력
2006.04.2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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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머신 위에서의 시간은 정신건강에도 좋다. 특히 달릴 때는 무념무상 상태로 머릿속이 텅 비는데, 일종의 명상요법 효과를 보는 것이다. 러닝머신 위에서는 아무리 걷자고 마음먹어도 어느덧 조급증이 나 뛰고 있고 점점 속도를 높여 뛰게 된다. 그런데 몸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빨리 뛰면 그때의 1초 1초는 또 얼마나 느리게 흘러가는지.

고통스러울 정도로 힘든 삶과 권태로울 정도로 안락한 삶 중에서 어느 쪽이 더 견디기 지겨울까 문득 재보게 된다. 며칠 전, 옆 러닝머신 위의 여자를 엿보고 발끝으로 뛰는 법을 배웠다. 트레이너는 뒤꿈치부터 딛으라고 당부했지만, 뒤꿈치를 든 채 뛰니까 발끝에서 허리까지 탄력이 전해지는 게 훨씬 뛸 맛이 났다.

그런데 나는 좀 힘들던데 그녀는 시종일관 나붓나붓 잘도 뛴다. 그녀의 몸은 가녀리면서 균형 잡혔다. 사실 나는 그녀를 싫어한다. 샤워실을 늘 오래도 쓰면서 다른 사람들을 아랑곳 않고 사방에 찬물을 튀기며 마사지를 하는 게 그 한 이유다. 어제도 탈의실에 들어갔더니 샤워실 쪽에서 빠른 속도로 물을 찰박거리는 소리가 났다. 왠지 ‘태산명동에 서일필’이란 말이 떠오르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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