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36) 기아차 사장이 ‘데뷔’ 후 첫 시련에 봉착했다.
재계 서열 2위인 현대ㆍ기아차그룹의 후계자로 탄탄대로를 걸어온 정 사장은 검찰의 사법처리 선상에 오르면서 혹독한 세월을 맞고 있다.
실제 정 사장은 그 동안 별다른 논란에 휩싸이지 않고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의 경영승계 작업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변칙증여 사건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반면, 정 사장은 정몽구 회장의 각별한 사랑 속에 30대에 주력사인 기아차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이에 따라 그룹안팎에선 그의 경영승계 작업이 비교적 ‘연착륙’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정 회장의 외아들인 정 사장의 경영수업은 어린 시절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때부터 시작됐다. 고 정 명예회장은 장손인 그에게 서울 청운동 자택에 기거하도록 하는 ‘특별대우’를 하면서 ‘밥상머리’ 교육을 혹독하게 시켰다.
휘문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친 정 사장은 1998년 현대차 입성 대신 일본 이토추상사 뉴욕지사를 선택했다.
그룹내에서는 반대의견이 적지 않았으나 정 사장은 “현대그룹이 미국 위주로 사업을 전개한 반면 일본은 소홀히 했다”는 판단에 따라 뜻을 관철시켰다.
99년 현대차에 들어온 그는 자재본부 이사로 그룹 생활을 시작했으며 2001년 구매실장(상무), 2002년 국내 영업본부 영업담당과 기획총괄본부 기획담당 전무를 역임했다.
지난해 초부터 기아차 사장, 그룹 기획총괄본부 사장, 현대모비스 사장 등을 맡으면서 초고속 승진이라는 정해진 길을 질주해왔다.
삼성이 이재용 상무의 승진을 수년째 유보한 채 정부와 여론의 눈치를 보아온 것과는 달리, 현대ㆍ기아차는 거침없이 정 사장을 한창 경영수업을 받아야 할 30대에 주력사의 최고경영자(CEO)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다.
그는 재벌 3세답지않게 소탈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임직원들과도 허물없이 어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ㆍ과장 등 그룹 실무진이 모여 회사 운영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차세대 위원회’의 멤버로 사원이나 대리급 직원들과도 자주 대화를 나눈다는 게 기아차측의 전언이다.
정 사장은 기아차의 해외 프로젝트를 담당하면서 미국 조지아주 공장 설립을 계획단계에서부터 진두지휘했고 연말 완공 예정인 슬로바키아 공장 건설계획도 주도해 왔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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