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봄처럼 설레는 패션인들의 대축제!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패션인들의 잔치인 ‘06/07 가을·겨울 서울컬렉션’이 개최된다.
20일부터 이 달 말(30일)까지 11일간 대치동 무역전시장에서 진행될 서울컬렉션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FAA, 20∼24일) 디자이너 26명, 뉴웨이브인서울(NWS, 25∼26일)디자이너 11명, 대한패션디자이너협회(KFDA, 27∼28일)디자이너 8명, 개별 디자이너(28∼30일) 16명과 2개 국내 브랜드가 참여, 총 63번의 패션쇼가 열린다.
이번 컬렉션의 경향은 복고와 현대의 만남. 새로움을 추구하는 패션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남성과 여성, 동양과 서양 등 지역과 시간의 한계를 벗어나 여러 민족과 문화가 공존하는 다감각적인 경향을 띄고 있다. 또 남성복에서 영향을 받은 ‘매니쉬’ 무드를 믹스&매치하고 도회적인 슬림 실루엣과 복고적이고 로맨틱한 볼륨 스타일로 소개된다.
색 역시 중성적이고 차분한 색상으로 블랙을 기본으로 블랙&화이트, 그레이, 브라운, 다크 블루 등 어둡고 절제된 색상들이 제안되고 있다. 소재는 울, 펠트 등 방모직물을 주요 소재로 복고적인 벨벳과 새틴, 자카드, 니트 소재와 가공되지 않은 가죽과 모피 등 자연소재를 중심으로 디자이너가 개발한 고유무늬와 소재의 발견에도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이번 행사는 서울시와 산업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패션협회와 서울산업통상진흥원(서울패션디자인센터), KFDA, SFAA, NWS 각 디자이너그룹 공동 주관, 문화관광부가 후원한다. 입장권은 티켓 파크(www.ticketpark.com)에서 1회 당 7,000원, 1일권은 5회 25,000원 6회 30,000원 7회 35,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단체티켓구입은 한국패션협회(02-528-4746)로 문의하면 된다.
▲ 세계 5대 컬렉션으로의 도약은 아직 이른 서울 컬렉션
파리, 런던, 뉴욕, 밀라노 등 패션의 4대 도시 어디에 가도 컬렉션이 동일한 장소에서 연속적으로 열리는 경우는 없다. 바이어들과 기자들은 컬렉션 기간에 유명 디자이너들의 쇼를 관람하기 위해서 컬렉션 초청장을 열심히 들여다보며 짐을 싸 짊어지고 이리저리 도시를 방랑해야 한다. 지도책을 펴 들고 다음 쇼를 위해 분초를 다투며 지하철과 버스 노선을 연구해야 하는 난관도 없다.(물론 컬렉션 전용 버스를 놓쳤을 때 얘기다.)
초청장도 쉽게 손에 쥘 수 없다. 유명 디자이너 쇼에는 기자 신분이라도 치열하게 자리다툼을 해야 한다. 바이어들도 쇼 기간에 어느 정도 작품을 사겠다는 약속 하에 얼마의 위탁금을 예치해야 초청장을 받을 수 있다. 또 도시 곳곳에서 쇼를 여는 동안 한 장소에서는 ‘페어(fair)’를 개최해 비즈니스에도 열을 올린다.
그에 비하면 서울컬렉션은 너무나 우아하고, 느긋하게 컬렉션을 연다. 쇼를 위한 최적의 장소와 관람자를 위한 충분한 공간을 자랑한다. 관람자들에게 같은 장소에서 연속적으로 쇼를 여는 이만한 조건이 있을까? 해외초청디자이너들과 관계자들이 부러워할 만하다.
2000년 봄부터 열려 12회 째를 맞고 있는 서울컬렉션이 이렇게 훌륭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데도 아시아 패션 중심 국가로서 세계 5대 컬렉션의 반열에 오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통합컬렉션의 의미는 이전까지 개별적으로 치러지던 각각의 패션 디자이너 그룹의 컬렉션을 한자리에 모아 그 힘을 배가한다는 의미가 크지만, 이 그룹간의 과시적인 태도가 통합의 의미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서울컬렉션은 이제 12회. 그런데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FAA)의 경우 ‘32회 SFAA컬렉션’이라고 따로 보도 하고 있어 서울컬렉션 일정 내에 속해있으면서도 개별 컬렉션인 것처럼 독단적인 노선을 취하고 있다. SFAA의 참가 디자이너 26명중 정회원은 16명 뿐, 나머지는 신인디자이너들로 채워져 있다.
또 SFAA가 패션 디자이너계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틀 정도의 일정을 배당 받은 NWS이나 KFDA 등 다른 디자이너그룹에 비해 고집해오던 전체 컬렉션 일정 중 5일을 얻어냄으로 나머지 38명의 디자이너들과 브랜드가 6일간의 일정을 비좁게 나눠 쓰게 됐고, 전체 일정도 11일로 늘어나게 됐다.
기본적으로 1일 5회 일정에 비해 개별 디자이너 컬렉션이 있는 마지막 3일 일정은 1일 7회 쇼를 열어야 하는 무리한 스케줄이 잡힌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신인 디자이너 발굴도 중요하지만 신인들의 ‘데뷔 무대’를 위해 서울시가 8억 원이라는 예산을 들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행사를 총괄하고 있는 서울패션협회가 내세우고 있는 유럽, 중동, 미국, 중국, 일본, 홍콩 등 20개국 180여 명의 해외 바이어 및 기자단 초청 방문 예정이라는 패션 비즈니스의 장으로써의 서울컬렉션도 아직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각자의 이품?명성만 내세우는 컬렉션, 겉만 번드르르한 반짝 유행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
패션 칼럼니스트 박세은 suzanpark@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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