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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기형, 무료수술로 새 삶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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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기형, 무료수술로 새 삶 찾는다

입력
2006.04.2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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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얼굴로 어떻게 세상을 사니.”

부산에 사는 이지영(50ㆍ가명ㆍ여)씨. 그의 얼굴을 본 사람들은 뒤에서 이렇게 쑥덕댔다. 소스라쳐 달아나기도 했다. 이씨 스스로 사람들로부터 도망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K대 무용학과에 다녔던 이씨는 화장품 회사에서 모델 제의를 받을 정도로 얼굴이 예뻤다. 꽃답던 23살 가을, 국립무용단 단원 선발 실기 시험을 보기로 한 날에 일이 생겼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오른쪽 얼굴이 부어 있었다. 그 때만 해도 이후 30여년을 어둠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시나브로 이씨는 안면기형 장애인이 됐다. 혈관종(동정맥 기형)이라는 병이었다. 오른쪽 볼에 동맥과 정맥이 생기면서 서로 얽혀 야구공 만한 자주색 혹이 됐다.

병원에서는 “힘들다”는 얘기만 했다. 병이 그다지 깊지 않던 86년에 결혼했지만, 증상이 심해지자 남편은 이를 견디지 못했다. 이제 이씨에게는 돈도, 친구도, 그 무엇도 없었다. 아들 진석(17ㆍ가명)이만 곁에 있었다.

철이 들자 진석이는 ‘엄마는 그래도 엄마’라며 대형 마트며 극장으로 엄마를 ‘끌고’ 다녔다. 손에 꼽을 날들이었지만, 그 때마다 이씨는 아들을 위해서라도 혹을 지우기로 마음 먹었다. 막연한 생각은 아니었던 것이, 시간이 흘러 의사들도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했다. 가진 거라곤 기초생활수급자 앞으로 나오는 월 48만원이 전부였다.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는 바람에 사회생활이라고는 모르고 산 까닭이다. 체념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2004년 10월 무렵, 삼성서울병원의 ‘안면기형 무료수술’을 알게 됐다. 지난 3월까지 7차례의 대수술에 걸쳐 30여년 동안 자신을 옥죄었던 혹을 떼어냈다. 부산 집에서 만난 이씨는 “얼굴 수술이 내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고 말했다. “‘외계인’ 보듯 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이제는 돌밭의 돌을 보듯 한다”고 웃었다.

새 삶을 살게 된 이씨에게 소원을 물었다. “진석이 졸업식에 가서 같이 사진 찍는 겁니다.” 졸업식은 1년 반도 더 남았다. 17년 동안 참아온 일인데, 까짓 것 문제는 없는 듯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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