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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저금리 시대 위기의 장학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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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저금리 시대 위기의 장학재단

입력
2006.04.2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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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법인으로서 장학재단은 장학 및 학술연구사업 등을 통해 사회일반의 이익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ㆍ운영된다. 장학재단들이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수행한 긍정적 역할은 이루 다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늘과 같이 어려운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그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니 매우 기쁘고 또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교육인적자원부의 통계에 따르면 정식 등록된 장학재단의 수는 10여년 전 960여개에서 2005년에는 거의 2배 가까운 1,830여개로 증가했다.

그러나 외형적 성장과 달리 각 재단이 처한 운영상의 어려운 현실은 그 설립목적이 크게 위협 받을 정도이다. 이는 대부분 장학재단의 기금운영 방식이 단순 은행예치와 그 이자에 주로 의존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요즘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 이자수익이 급격히 감소해 어쩔 수 없이 각 재단은 장학금 지급액과 수혜대상 수를 현저히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일례로 유명 제약회사인 종근당의 창업주가 사재를 털어 설립한 고촌재단은 경기 상황이 비교적 양호하던 1990년대 초반에는 1,180여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했으나, 본격적으로 저금리 시대가 시작된 2001~2004년에는 599명으로 수혜자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 기업이 운영하는 장학재단의 현실이 이 정도일진대 그보다 여건이 좋지 못한 재단들이 처한 어려움은 어떠하겠는가? 아예 장학생을 더 이상 선발하지 않는 재단들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니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사회적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어가는 요즘 특히 저소득층에게 커다란 교육적 부담이 될 것이다.

재단이 정기예금 외에 채권이나 주식 등에 별도 투자를 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주식은 위험하고 부동산 투자는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것 같고 기금운영자들 또한 대부분이 투자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현실적 한계가 있으며, 투자과정 또한 교육청에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장학재단이 은행에 예치된 원금을 보전하며 기금의 이자만을 가지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연 수익률이 10%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현재의 시중금리로는 원금의 보전마저도 어렵다. 우리 사회는 이제라도 장학재단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이를 타개하는 데 중의를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작금의 장학재단이 처한 위기상황의 극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중은행들의 높은 사회적 가치와 역할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개인과 조직들이 그렇듯이 은행들도 열심히 사업해서 올린 수익금의 일부를 사회에 적극적으로 환원하여 공적인 역할을 다하며 사회안정에 이바지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은행들에게 그 사회적 기여방안으로 각 장학재단들이 출연한 원금에 대해서는 특별히 이자율을 높여 정액 수준으로 보전해주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많은 장학재단들이 안정적으로 그 설립취지와 목적을 달성하며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게 된다면 은행들 또한 수익의 적극적인 사회 환원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은행들의 동참으로 각 장학재단들이 저금리 시대의 위기로부터 탈출하여 그 맡은바 소임을 다할 수 있게 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최석원ㆍ공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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