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31 지방선거를 앞 둔 정치권이 연일 술렁거리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가 2007년 대선의 전초전이라 여기는 정치권의 시각 때문인지 여야 모두가 이번 선거에 사활을 건 양상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마음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
지난 5일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의 서울시장 출마를 발표하는 이벤트 이후 오세훈 전 의원의 한나라당 경선 출마 발표가 이어지면서 지방선거에서 ‘이미지 정치’ 논란이 불거졌다.
당내에서 경선 준비를 해 온 열린우리당 이계안 후보나 한나라당 맹형규, 홍준표 후보의 경우 대중적 인기에 힘입은 영입후보들의 진입이 결코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 이미지 정치·공천장사·폭로정치…
그 때문인지 4월 말과 5월 초로 예정된 두 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앞두고 당내 후보자들과 영입후보 간의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고 있다. 물론 선거를 둘러싼 선의의 경쟁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인구 1,000만이 넘는 수도 서울의 시정책임자를 선출하는 선거가 정치 이벤트와 대중적 인기대결의 장으로 변질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염려도 적지 않다.
거기에 제1야당인 한나라당 스스로 검찰의 수사를 요청하며 공개한 김덕룡, 박성범 두 중진의원의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싼 공천헌금 수수 사건은 유권자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우선은 한나라당 스스로 사건을 공개하며 수사를 요청한 이례적 상황에 놀랐고, 여전히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는 한나라당 중진의원들의 무모한 용감함에 두 번 놀랐다.
세간에는 검찰의 수사가 임박한 것을 알고 한나라당이 선수를 친 것이라는 설도 있고,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에 지역구 의원들의 입김을 대폭 강화한 한나라당의 분권형 공천제도에서 지방선거 공천 장사는 예상된 것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씁쓸한 이야기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의 “한나라당 주요인사에 대한 국민이 경악할 만한 제보”가 있을 것이라는 사전예고와 함께 시작된 해프닝은 제보내용에 대한 경악이 아니라 제보자인 김 원내대표의 ‘무분별한 폭로전’에 대한 국민들의 경악으로 귀결되었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테니스 동호회 모임에 대해 여성이 참석한 ‘별장파티’로 침소봉대한 김 원내대표는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결과를 자초하였다. 그러나 선거철만 되면 되살아나는 이러한 ‘폭로정치’나 ‘인신공격성 발언’은 한국 민주주의의 수준을 의심케 하는 우울한 현실임에 분명하다.
또한 열린우리당 경기도당이 광역 및 기초의원 비례대표 후보 신청자들에게 선거비용 명목으로 최고 1억 4,500만원까지의 특별당비(선거경비부담금)를 요구하면서 생긴 논란 역시 마찬가지다.
공천 대가가 아닌 선거 관련 홍보비의 요구이므로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는 선관위의 해석까지 있었지만, 최저 수천만원에서 최고 1억원 이상 부담할 능력이 없으면 비례대표 의원 후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한국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며 이의 해소를 소리높여 주장하는 집권여당의 이야기이기에 더욱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 국민의 마음을 정치서 멀어지게
지방선거는 그야말로 지역주민들의 생활과 직결된 각 지역의 세세한 살림살이를 책임질 일꾼들을 선출하는 선거이다. 또한 지방자치의 자율성과 성숙도가 민주주의의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만큼 중요하다는 점에서도 지방선거의 의미는 매우 크다. 그러나 5ㆍ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여러 현상들은 국민들의 마음을 정치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
인기몰이보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 공천 장사나 폭로정치가 없는 선거,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 줄 지역일꾼을 뽑고자 하는 것이 이번 선거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희망사항임을 정치권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서경교ㆍ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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