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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현찰에 이름 있나"

입력
2006.04.1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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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 이성근 산은캐피탈 사장의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한 데 대해 검찰이 18일 불편한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작심한 듯 영장기각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메모까지 준비해 왔다. 그는 “영장 기각은 너무나 예상 밖이었다”고 말문을 연 뒤 “남아 있는 비자금 사용처와 로비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채 기획관은 법원이 ‘돈을 준 김동훈(구속)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의 진술밖에 없어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데 대해 “뇌물 수수의 은밀성에 비춰봤을 때 돈을 준 사람의 자백 외에 직접 증거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맞받았다. 사적인 자리에서 은밀히 현찰로 건넸기 때문에 목격자가 있을 리 만무하고 자금 추적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산업은행 실무자가 자신도 돈 받은 사실을 시인했으며 박 전 총재 등이 관여한 사실을 털어놓았다는 간접 증거들을 소상히 설명했다. “현찰엔 이름이 안 붙어있는데 어떤 증거를 법원에 더 내란 말이냐”고 답답해 했다.

검찰이 이처럼 불만을 드러낸 데에는 검찰 내 위기 의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법원이 갈수록 진술보다 물증을 요구하는 등 엄격한 구속 기준을 들이대고 있어 뇌물이나 로비, 불법 정치자금 수사가 어려워지는 데 대한 항의성 메시지라는 것이다. 채 기획관은 “돈 받은 사람이 혐의 사실을 부인한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 누가 수사에 협조하겠느냐. 보통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의 중추인 중수부의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번 김재록씨 로비 수사, 현대차 그룹 수사를 통틀어 영장이 기각된 건 처음이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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