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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까르푸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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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까르푸 막전막후

입력
2006.04.1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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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푸 그룹은 1963년 설립돼 독특한 경험과 선진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이퍼마켓’이라는 신업태를 세계 최초로 창안,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하고 있으며 전 세계 30여개 국에서 1만3,0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세계 2위, 유럽 1위의 유통업체입니다.

” 프랑스 파리 근교에 처음 매장을 만들 때 다섯개의 길이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한 것에 착안, ‘교차로’란 뜻의 ‘Carrefour’로 이름지었다는 까르푸 홈페이지에 나오는 회사소개다. 62년 출범한 미국 월마트엔 한참 처지는 까르푸이지만 96년 7월 한국 땅에 상륙할 땐 위세가 대단했다.

▦까르푸가 우리 정부로부터 6,000만 달러의 투자인가를 받은 것은 93년 12월. 신세계 이마트가 서울 창동에 1호점을 낸 지 한달 후의 일이다. 하지만 첫 점포인 경기 부천 중동점이 문을 연 것은 96년 7월이다.

까르푸의 아시아 진출 기록으로는 대만에 이어 두번째였다. 이후 까르푸는 국내 수익금과 추가 자금을 재투자해 2001년 ‘최고 외국인 투자기업상’을 받으면서 뒤늦게 들어온 월마트나 영국 태스코(홈플러스)를 훨씬 앞질러가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 4일 ‘한국시장 철수’를 발표한 시점에서 뒤져본 까르푸의 위상은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유통 3강과 비교가 안되는 4위로 초라하기 짝이 없다.

▦전조는 2000년 일본에 진출한 까르푸가 불과 5년 만에 철수한 것에서 감지됐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까르푸가 현지기업과의 제휴나 일본인들의 구매성향 등에 대한 시장조사 없이 명성만 믿고 밀어붙이다가 큰 코 다쳤다”며 상품 출시나 배열, 광고와 홍보의 비현지화를 비웃었다.

서구에서 통하던 ‘창고 매장’을 아시아 시장에도 ‘원칙’처럼 강요하다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실패를 되풀이하던 까르푸는 올 2월 32번째로 경기 화성 병점점에서 대대적 ‘모방 혁신’을 꾀해 한때 관심을 모았다.

▦한국 땅 착근에 실패한 까르푸가 몸을 팔면서 온갖 장난질을 부려 비난을 사고 있다. 외환은행을 집어삼킨 론스타가 ‘큰손’이라면, 까르푸는 ‘조막손’이다.

인수가격을 계속 조정할 수 있는 상거래의 기법인 ‘프로그레시브 딜(progressive deal)’을 시도한다는 추측도 있지만 ‘원칙, 규칙, 일정, 그 어느 것 하나 분명하지 않은 이상한 게임’을 진행하는 까르푸나 그에 끌려 다니는 국내 유통업체들을 보면 분통이 터진다. ‘선거철 감성’을 경계해야 하는 시절이지만,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칼도 갈아야 거래가 투명해진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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