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평택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주민과 사회단체의 불법영농과 시위투쟁을 막기위해 기지 예정지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검토한다고 한다. 농수로를 콘크리트로 메우는 식의 대응이 쓸모없자 군이나 경찰력으로 보호구역 침범을 원천 봉쇄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기지 조성에 차질이 우려되는 데다 소극적 대응을 나무라는 목소리까지 커져 곤혹스럽겠지만, 보호구역 지정을 서두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고 본다.
군사보호구역 지정은 언뜻 단호하고 유용한 대응수단으로 비친다. 기지 예정지가 엄연히 국방부 소유인데도 시위와 불법영농을 힘으로 막지 못하는 답답함을 해소할 묘안으로 생각할 수 있다. 경찰이 군사보호시설이 아니어서 적극 진압할 수 없다고 회피, 공권력의 우유부단을 탓하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 분위기에서는 달리 대안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군기지의 안보적 중요성을 앞세워 강경 대응하는 것이 실제 효과적일지는 의문이다.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면 시위나 불법영농을 강력하게 제재할 수 있지만 주변지역 개발을 엄격하게 제한하는등 주민 재산권을 침해, 훨씬 폭 넓은 반발을 부를 것이다. 미군기지를 수용한 주민까지 투쟁대열에 나서게 하는 것은 어리석고, 기존 군사보호구역을 축소하고 있는 시대흐름과도 어긋난다. 일부에서 무작정 강경론을 외치는 것은 그래서 무책임하다.
국민 다수가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안보 상 긴요한 일이라고 여긴다면, 정치운동 성격의 반대투쟁에는 공권력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랜 연고가 있는 농민들의 생존권 주장은 함부로 억누를 일이 아니다. 기지 이전이 국가적으로 절실할수록 설득과 배려에 힘써야 옳다. 그게 다수의 이익과 소수의 권리를 조정, 타협하는 지혜이자 원칙이다. 걸핏하면 사유재산권 보호를 내세워 투기억제책을 비난하는 보수언론이 농민들의 생존권 주장을 외면하는 것은 위선적이다. 정부와 사회가 함께 인내심을 갖고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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