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의 변신이 놀랍다. 강성 투사의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기업과 함께 해외자본 유치에 적극 나서는가 하면, 합리적 노동운동을 주장하며 “대책없이 거리로 나서는 노동운동”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노총 사무실에서 ‘코트라(KOTRA)-한국노총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공동협력 약정서’에 사인했다. 이 위원장은 “과격한 노동운동을 두려워해 투자를 꺼리는 외국자본이 많다”며 “론스타 같은 악성 자본이 아니라 우리 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양질의 외국 자본이라면 노총도 적극 유치를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2004년 5월에 한국노총 수장에 오른 이 위원장은 타고난 싸움꾼이다. 노동운동으로 2차례 옥살이를 했다. 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을 지내던 1999년 은행구조조정 반대 총파업을 주도해 이듬해 2개월의 감방살이를 한 그는 국민ㆍ주택은행 통합 저지를 위한 총파업을 이끌다 다시 1년간 철창 신세를 졌다.
앞서 96년에는 노동법 개악 저지 총파업에서 한국노총 투쟁상황실장으로 시위대의 선봉에 서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며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했다.
2006년 봄. 그는 변했다.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를 전격 결정하더니 노조의 적으로 여겨지는 외국자본의 유치에 기업과 함께 팔을 걷고 나서기로 했다. 강경 노선을 걷고 있는 민주노총에는 “대안 없는 투쟁은 그만두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무엇이 ‘투사’ 이용득을 변하게 한 걸까. “남 보고만 변하라고 하면 안돼. 우리 자신부터 변해야지.” 올 들어 이 위원장이 버릇처럼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다. 그는 “시대가 바뀌었으니 사람도 조직도 함께 바뀌어야 하는 법 아니냐”고 말한다.
사회가 어느 정도 민주화를 이룬 지금, 정당성 없는 과격한 노동운동은 설 자리가 없으며 노조도 사회적 주체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이 건전한 외국자본의 유치를 위해 코트라와 손을 잡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는 합리적 노동운동을 지향한다. 투쟁할 때와 타협할 때를 구분하자는 것이다. 한국노총이 최근 비정규직 관련 법안 처리를 두고 민주노총과 노선을 달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전면 폐기를 주장하며 총파업 등 강경노선을 걷고 있지만 이 위원장은 100%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일단 만들어 놓고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해 가자는 입장이다.
김일환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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