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병호 제5정책조정위원장은 “산은 국민의 것인데 입장료를 받는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당정협의를 거쳐 7월부터 시행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970년부터 국립공원의 유지ㆍ보수 등 관리를 위해 이용자 부담원칙에 따라 받아온 입장료를 갑자기 국민세금으로 충당하려는 발상은 수긍하기 어렵다. 정부 관련 부처가 불요불급한 국고지출인 데다 원칙과 형평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한 것은 올바른 인식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전국 국립공원 20곳 가운데 경주와 한라산 2곳을 지자체에 위임하고, 나머지를 직접 관리ㆍ운영하면서 일괄적으로 입장료 1,600원을 받고 있다. 경주시는 입장료를 받지 않으며, 제주도는 같은 요금을 받는다.
지난해 공단의 주요 수익금은 입장료 255억원, 정부출연금 175억원 등이다. 입장료가 일괄적으로 폐지될 경우 세금으로 충당해야 할 정부출연금이 연간 430억원 이상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국립공원을 찾는 사람들은 당장 1인당 1,600원의 부담을 덜게 될 것이다. 하지만 세금으로 이를 대납하는 것은 이용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남의 입장료를 대신 납부토록 강요 당하는 결과가 된다.
5ㆍ31지방선거를 앞두고 조삼모사(朝三暮四)식 선심공약을 만들어 낸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런 식이면 고속도로 역시 ‘국민의 것’이므로 통행료를 없애고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지 않을까.
국립공원 입장료 징수가 들쭉날쭉하고, 공원 내 문화재관람료 등과 갈등을 빚어 이용객들의 불만이 큰 현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입장료 징수의 시기와 범위를 결정하면서 보다 성의있게 실태를 파악해 합리적 방안을 궁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잦은 이용이 불가피한 지역주민과 외지 관광객과의 입장료를 차별화한다든지, ‘생태계 및 문화경관 보전’이라는 국립공원 취지에 맞게 공단과 해당 지자체가 협력하고 투자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 등이 먼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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