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상업적 고래잡이를 금지한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외교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인디펜던트가 17일 보도했다. 신문은 포경에 찬성하는 일본이 IWC 주도권을 잡은 사실을 전하고 이를 ‘위대한 배반’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고래고기를 주기적으로 먹는 국민이 1%도 안 되는 일본이 포경에 집착하는 것은 정치적 고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986년 상업포경을 금지한 IWC는 환경운동 사상 드문 쾌거로 평가된다. 그러나 66개 회원국 중 30~33개국이 일본 지지로 돌아서 20년 만에 IWC는 최대 위기에 처했다. 일본이 98년부터 포경전통이 없는 빈국과 소국의 IWC 가입을 독려하고 수백만 달러를 원조해 자기편으로 끌어들인 결과다.
6월 카리브해 연안 세인트 키츠와 네비스에서 열리는 58차 IWC 총회는 상업포경 찬반의 결전장이 될 전망이다. 벌써 일본과 함께 상업포경 허용을 주도하는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등 ‘친 포경’의 승리가 점쳐진다.
일본은 ‘조사포경(調査捕鯨)’ 명목으로 한해 1,000여 마리 밍크고래를 잡는데 이마저 소비가 안돼 개 먹이로도 유통되고 있다. 현재 고래고기 판매로는 포경선 8척의 파견비용만을 간신히 충당할 수 있을 정도다. 대다수 일본인은 고래와 관련해 일본이 비난받는 것에 당혹스러워 한다. 그래서 정작 일본에서 고래고기 인기는 시들하다.
그런 일본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IWC 무력화에 나선 이유에 대해 인디펜던트는 경제나 문화적 이유보다는 정치적 문제라고 분석했다. 수십 년 동안 계속된 미국의 외교ㆍ군사적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일본 우익이 포경 분야에서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실제 ‘조사포경’은 자민당 우익의 지원을 받고 있다.
상처 받은 일본의 자존심이 상업포경을 추진하는 ‘혼내(本音)’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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