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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野 칼날 공격에 '여유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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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野 칼날 공격에 '여유있게'

입력
2006.04.1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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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한명숙 총리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사상검증 등으로 날을 세운 한나라당의 공세와 경륜을 앞세워 예봉을 피해가는 한 후보자의 여유가 돋보였다.

한 후보자는 여성으론 드물게 두 번이나 장관을 지낸 재선 의원답게 야당의 자극적인 질문이 쏟아질 때면 슬쩍 물러서는 등 시종 여유를 잃지않았다. 한 측근은 “2002년 첫 여성총리 물망에 올랐다가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장상 전 총리후보자의 공격적 답변 태도를 많이 참조했다”고 말했다.

실제 한 후보자는 저격수로 나선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이 ‘여당 386의 대모’라고 비꼬는 대목에서도 미소를 띠며 “총리로 인준해주시면 의원님이 지적한 부분을 유념하겠다”며 유연하게 받아넘겼다. 한 후보자는 힘들었던 감옥생활을 두고 “한이 맺히지 않았느냐”(우리당 박영선 의원)는 질문에서도 “굴곡 많은 현대사에서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상처와 아픔을 겪었다”며 “나는 한이 맺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특히 몇몇 우리당 의원들이 “환경부 장관 시절 부처평가에서 1위를 했다는데”라는 식으로 띄워주려는 대목에서도 “그런 이야기는 쑥스럽다”며 스스로 화제를 돌리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그러나 1970년대 ‘크리스챤 아카데미’ 사건 당시 고문 받은 사실 등이 화제에 오르자 상기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당 이목희 의원의 “당시 고문한 당사자들을 근래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 후보자는 “개인의 미움이 아니라 민주화과정에서 당한 것”이라며 “이미 다 용서했으며 과거의 일을 되살리지 않고 미래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우리당 최재천 의원이 숨진 어머니 얘기를 꺼낸 대목에선 감정이 북받치는 듯 눈가가 붉어진 채 한참이나 대답을 하지 못했다.

다만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이 외아들의 군 보직변경 외압의혹을 집요하게 추궁하는 대목에선 단호히 대응했다. 한 후보자는 “주 의원이 옛날 군에 있었을 때는 모르지만 군이 개혁 된 후 그런 일은 없다”며 “증거를 대라”고 맞받아쳤다.

이날 청문회는 고성이 사라진 대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간간히 웃음도 터져 나왔다.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이 “지방선거 몇일 남았냐”고 물은 대목에서 한 후보자가 “40여일…”이라며 머뭇거리자, “잘 모르시는 것 보니 공명선거 하겠네요”라고 응수해 한바탕 웃음이 퍼진 것이다. 한 후보자는 “국정원 직원이 정치간여를 못하도록 돼있지요?”라는 의외에 질문에도 “지금 국정원에서 그런 것을 하고 있나요?”라고 반문, 김을 빼는 기지를 발휘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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