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부자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실적 중시 분위기의 확산으로 고액 연봉과 스톡옵션, 벤처 창업 등 돈 버는 길이 다양해지면서 최근 7년간 억대 연봉자가 3.5배, 보유 재산 50억원을 넘는 부유층이 6배나 늘어났다. 신흥부자의 주류는 외환위기 이후 벌어진 경제적 혼란기를 활용해 빠르게 부를 축적한 고액 연봉자, 벤처 사업가, 전문직 종사자, 엔터테인먼트 종사자 등 이른바 ‘신진 사대부(四大富)’들이다.
한국일보 기획취재팀이 국세청의 국세통계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구축한 국내 655개 기업의 대표이사급 이상 최고경영자(CEO) 인물정보를 분석한 결과, 추정 재산 50억원 이상인 부자들이 1997년 4만4,000명(경제활동인구의 0.15%) 수준에서 2004년에는 14만6,000명(경제활동인구의 0.5%)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표 참조)
국세통계에 따르면 1997년 연봉 1억원(근로소득세 과표 8,000만원) 이상 고액 연봉자는 7,000명 수준이었으나, 2004년에는 3.5배 늘어난 2만4,000명(7년간 물가상승률 23%를 감안한 연봉 1억2,000만원 이상)에 달했다. 연 소득 1억원이 넘는 재벌 총수와 사업가도 98년 2만3,116명에서 2004년엔 6만5,460명으로 3배 가량 늘어났다.
또 금융자산만 11억원(추정 총 자산 50억원)을 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도 6배 늘었으며, 이들의 재산은 7년 동안 300%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통계와 집계되지 않은 숨은 부동산 부자 30%를 감안할 경우, 대한민국 상위 0.5%에 속하는 부자들은 약 14만6,000명으로 추산된다. 한국의 상위 0.5%가 불과 7년 새 재산을 3배나 늘리는 동안, 양극화의 반대쪽인 하위소득 10% 계층의 소득은 9% 증가하는데 그쳤다.
대부분 30~40대인 신진 사대부의 등장으로 부촌(富村)의 자리 바뀜도 활발하다. 서울 강남ㆍ북을 대표하는 전통 부촌인 성북동과 압구정동이 쇠퇴하는 반면, 젊은 부자들이 선호하는 강남구 도곡동과 분당 정자동 등이 신흥 부촌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1997년 상장사 CEO 86명(전체의 6.2%)이 거주해 부자동네 1위였던 압구정동은 2005년에 44명(4.16%)으로 줄어 3위로 밀려났다. 성북동 거주 CEO도 97년 64명에서 지난해엔 45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97년 CEO 거주자가 13명으로 10위권에도 들지 못했던 도곡동이 2005년엔 4위(42명)로 떠올랐다. 또 강남권 부자들이 남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분당(97년 63명→2005년 75명)과 용인(1명→26명) 거주 CEO 숫자도 크게 늘었다.
기획취재팀= 고재학(팀장)ㆍ조철환ㆍ박원기기자 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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