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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씨 가문 남종화의 진화 '허달재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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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씨 가문 남종화의 진화 '허달재 개인전'

입력
2006.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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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재(毅齋) 허백련(許百鍊ㆍ1896~1977)의 제자이자 장손인 허달재(許達哉ㆍ54)씨가 서울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ㆍ1786~1856)와 초의선사(草衣禪師ㆍ1786~1866)에게서 사사한 소치(小癡) 허련(許鍊ㆍ1809~1892)과 그의 손자인 남농(南農) 허건(許楗ㆍ1907~1987), 그리고 한 집안인 허백련으로 이어지는 허씨 가문은 산수 위주의 문학적 그림인 ‘남종화’(南宗畵)의 대가 집안으로 유명하다.

할아버지로부터 화풍을 이어받아 등단한 허달재씨가 9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전시 작품에서는 현대적인 느낌이 진하게 풍긴다. 신(新) 남종화풍이다.

그가 1980~90년대 초 작업한 산수나 사군자에서는 의재의 색채가 엿보였지만 90년대 중반부터는 자신만의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대상을 극도로 단순화해 구름만 가지고 하늘을 표현하기도 하고, 먹과 물감이 흘러내리는 추상 배경에 새와 달, 오리나 인간 형태를 그려넣기도 했다. 이 같은 작품들은 국내보다도 뉴욕 파리 등 해외에서 먼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정통 남종화에서 벗어나 면 위주의 작업을 하다 다시 선 위주의 작업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는 “문인화와 수묵화를 시대 감각에 맞춰 현대적으로 그리고 있는데, 이제 경쾌한 느낌도 좀 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작품 가운데 난초, 국화, 대나무 등 사군자 그림에서는 능란해진 필묵의 기량이 돋보인다. 매화 가지에서는 불규칙하면서도 거친 듯한 붓의 움직임과 섬세한 먹의 맛이 느껴진다. 사선구도의 ‘홍매’나 둥근 여백을 남긴 ‘포도’에서는 여전히 그의 뛰어난 화면 구성력이 묻어난다. 최근 작업중인 ‘글씨 그림’도 눈길을 끈다. 농담(濃淡)에 변화를 준 ‘설’(雪) ‘매’(梅) ‘국’(菊) ‘차’(茶) 자(字) 잔글씨를 화면 가득 반복해 써놓고 거기에 국화나 달, 매화를 자그맣게 추가해 완성하는 식이다.

전시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박여숙 화랑과 신사동 려 갤러리에서 25일까지, 최근작 30여 점을 볼 수 있다. (02)549-7574, 516-7573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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