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논란을 빚은 아파트들이 잇따라 청약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다.
보유세 강화, 주택담보대출비율 축소 등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로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수요자들도 고분양가 아파트로부터 등을 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고가분양은 시민단체나 소비자들의 비난 여론에도 불구, 한때 성공분양의 보증수표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대형 건설사가 짓는 유명 브랜드 아파트의 경우 ‘비싸야 잘 팔린다’는 말도 옛말이 됐다.
고가 분양이 시장의 외면을 받는 것은 판교 신도시 분양에서도 명확히 드러났다. 당초 과열청약이 우려됐던 판교 청약에서 고분양가 논란을 빚은 단지들은 성적이 초라했다.
판교 중소형 민간 임대아파트의 경우 청약접수 8일째까지 절반 이상이 미달된 채 남았다가 9일째가 돼서야 1.01대 1의 평균 청약 경쟁률로 모집가구수를 겨우 넘어섰다. 수도권 1순위 접수를 마감한 14일에는 당초 예상을 훨씬 밑도는 2.7대1의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 진원이앤씨의 경우 87가구를 모집한 23평형 B타입에 56명이 청약, 31가구가 1순위에서 미달되기도 했다.
이는 임대 보증금이 인근 분당의 전세금 수준과 비슷할 정도로 높게 책정된데다 함께 공급된 대한주택공사 임대아파트에 비해 임대보증금이 최고 1억원이나 비싼 점이 주된 요인으로 풀이된다.
현대산업개발이 지난달 말 대구 수성구 파동에서 평당 750만∼920만원에 분양한 ‘수성 아이파크’도 청약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계약기간에 받은 계약건수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저조했다. 주변 아파트 시세(평당 380만∼400만원)보다 분양가가 두 배 이상 비쌌던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달 초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서 분양한 이수건설의 ‘브라운스톤 수성’ 주상복합도 초기 계약률이 10%대를 조금 웃도는 데 그쳤다. 지난해 대구지역에서 공급된 일반 아파트 평당 분양가(769만원)보다 400만원이나 높은 1,200만원대에 공급한 것이 시장의 외면을 받은 것이다.
지난해 말 코오롱건설이 울산 남구 신정동에서 선보인 주상복합아파트는 아직까지 계약률이 5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인근 아파트 시세(평당 500만원)보다 2배 이상 비싼 평당 1,200만원에 분양했기 때문이다. 당시 주변 신규 분양가(평당 900만원선)보다도 300만원이나 높은 수준이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건설경기가 침체되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정부 대책이 강도를 더해감에 따라 수요자들이 분양가에 더 민감해지고 있다”며 “최근 판교신도시에서조차 청약접수가 저조했던 사례를 보면 앞으로 터무니없이 비싼 아파트들은 자연스레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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