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이들은 일기장 검사에 민감하다. 초등학교 6학년인 우리 아들도 엄마 아빠가 일기장을 볼라치면 기겁을 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초등학교의 일기장 검사 관행을 개선토록 권고한 사실을 신문에서 읽었는지, “남의 일기장을 보는 것은 사생활 및 인권침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미국의 기자 출신 작가 마가렛 해딕스가 쓴 ‘이 일기는 읽지 마세요, 선생님’의 주인공 티시도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기 싫어하는 열 다섯 살 소녀다.
티시는 소녀가장이다. 아빠는 엄마와 딸에게 수시로 폭력을 휘두르다 가출을 반복하고, 엄마도 아빠를 찾아 집을 나가버린다. 철부지 남동생 매트를 데리고 힘겹게 살아가는 티시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던프리 선생님이 일기 쓰기 숙제를 내준다.
처음에는 일기 쓰기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도무지 쓸 게 없는” 귀찮은 과제였지만, 첫머리에 “읽지 마세요”라고 표시하면 읽지 않겠다던 선생님이 정말로 약속을 지키자 차츰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일기 쓰기는 어느덧 티시가 힘겹고 지친 일상을 하소연하는 ‘친구’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가 된다.
국제독서협회와 전미도서관협회로부터 ‘최우수 청소년 작품’과 ‘책 읽기를 꺼려 하는 아이들에게 권하는 책’에 선정됐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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