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주 병원들이 향후 5년간 한국 간호사 1만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미국간호사면허시험(NCLEX-RN)에 합격한 국내 간호사가 6,000명이 넘는데도 매년 2,000명 정도가 새로 응시하고 있으며, 이들 중에는 전업주부도 적지 않은 현실에서 눈에 띄는 뉴스다. 더구나 순전히 외화벌이를 위해 1960~70년대 간호사ㆍ광원들이 독일로 나갔던 것과도 성격이 다르다.
미국은 현재 간호사가 40여만 명 부족하며, 갈수록 부족인원이 더 늘어난다. 전후 ‘베이비 붐’ 당시의 출생자들이 고령층에 이르러 의료수요는 급증했는데 간호의 전문성을 아무나 대체할 수 없도록 엄격히 규제하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는 인력난 해소를 위해 2003년 ‘간호사 재투자안(NRA)’을 제정, 2007년까지 3,000여만 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다.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간호사를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간호사 수입을 서두르는 미국의 실정과 한국을 떠나려는 그들의 사정을 보면 반가워할 일만은 아니다. 우리의 인식은 근시안적이다. 많은 병원이 인건비를 이유로 비전문 간호조무사를 대신 고용하고 있다. 의료법에는 ‘소형병원에서는 간호조무사가 간호사를 대체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환자 간호는 간호조무사나 보호자에 맡겨지고, 전문직 간호사의 영역은 좁아져 의사의 보조원으로 전락하고 있다. 한국의 3배가 넘는 연봉에 자녀 유학까지 곁들일 수 있으니 간호사들이 해외취업에 매달리지 않을 리 없다.
잠재적 실업상태인 간호사들에게 일자리가 생겼다고 반기기 앞서 미국 등 선진국들이 외국의 인력을 끌어가는 이유를 새겨봐야 한다. 뉴욕주에 이어 미국 전역으로, 호주 캐나다 유럽 등으로 간호사들이 빠져나갈 것이 분명하다.
우리도 고령화시대에 들어섰고 건강보험 확대로 간호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는 간호사 대량 송출에 따른 의료공백을 염두에 둬야 하며, 간호사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보장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