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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의 봄 시들지 않는 등록금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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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의 봄 시들지 않는 등록금 투쟁

입력
2006.04.1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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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의 등록금 투쟁이 ‘개나리 투쟁’을 벗어나고 있다. 개나리 투쟁은 매년 개강 초 등록금을 둘러싼 학교측과 학생회의 해묵은 갈등을 일컫는 말로, 통상 중간고사 기간을 전후해 흐지부지되는 바람에 붙여졌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반 학생들의 참여가 늘면서 조직화, 연대 움직임이 감지되고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까지 가세해 불길이 확산될 태세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14일 등록금 인상에 항의해 학교에서 서울역 근처에 있는 재단 빌딩까지 자전거로 행진하는 이색 행사를 개최했다.

학생회 관계자는 “학생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올해 등록금 투쟁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예년처럼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자신감은 학생들의 참여율 상승에 힘입은 바 크다. 지난달 23일 등록금 문제를 다룬 연세대 학생총회에는 2,30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해 주최측을 놀라게 했다.

과거에는 수백명 규모로 치러졌었다. 이화여대, 서강대, 중앙대 등 주요 대학들도 올해 학생총회에 1,000여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다.

지난 1월 학교측과 등록금 인상안에 합의한 경희대의 경우 절차상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학생총회에서 다시 등록금 문제를 전교생 투표에 부쳤고, 여기에서 압도적인 찬성 결과가 나오자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힘입어 총학생회들의 투쟁 강도는 한층 높아지고 있다.

학생들의 높은 관심은 대학 측의 등록금 인상 명분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2월 한국사학진흥재단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사립대들이 등록금을 주수입원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 진다(표 참조).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이미 등록금 비중이 총수입의 거의 절반 가까이 차지해 열악한 재정을 등록금만으로 메우려 한다는 학생회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또 높은 인상률에도 불구하고 사립대의 교육 여건이 여전히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점도 학생들의 등록금 투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12일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8년 전과 비교해 등록금 인상률은 44~53%로 소비자물가상승률(27.9%)의 두 배 가까이 올랐지만 교원 1인당 학생수, 학생 1인당 실험비 등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대학당 자산 총액은 1,027억원에서 2004년 2,277억원으로 121.8% 증가, 대학이 제 배 채우기에만 급급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학생들은 대학 간 조직화, 연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국 50여개대 총학생회는 등록금 공동 투쟁을 위한 ‘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세 불리기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달에는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와의 연계 투쟁 방침을 밝혀 이 문제를 사회문제로 이슈화하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까지 대학생 유권자의 표심을 겨냥한 ‘등록금 인하’대책을 앞다퉈 내놓는 등 올해 등록금 투쟁은 어느 해보다 성공적이다.

14일 한나라당은 국가 차원의 장학기금 설치를 골자로 한 ‘등록금 반값 ‘ 정책을 당론으로 정했다. 이에 맞서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은 국채 발행을 통한 ‘대학 선(先) 무상교육제’를 제안, 여야간 치열한 정책 대결을 예고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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