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의 작가 김별아씨가 첫 창작동화 ‘거짓말쟁이’(아이들판 7,500원)를 썼다. 한 아이의 ‘슬픈 거짓말’ 이야기이다. 거짓말의 옳고 그름을 따져 거두고 밀쳐내는 이야기가 아니라 거짓말 속에 감춰진 슬픔을 이해하는 따듯한 품의 이야기다.
초등학생 ‘지연’이네는 가난하다. 아빠는 없고, 엄마도 심장병을 앓는 동생 병 간호하느라 지연이를 돌볼 겨를이 없다. 하지만 학교 친구들은 그런 사정을 모른다. 내성적인 지연이는 늘 조용해서 특별히 친한 친구가 없기 때문이다.
소풍날, 먹을 것을 잔뜩 싸온 아이들 틈에 지연이는 빈 손이다. 사정을 모르는 아이들은 지연이가 맛난 것들로 가득한 소풍가방을 학교에 두고 온 것으로 오해를 하고, 친구들의 오해에 떠밀려 지연이는 거짓말을 하게 된다. “음, 교실에 두고 온 내 가방에는 말이야…”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친구인 남자 짝꿍 ‘은성’이에게 잘 보이고 싶기도 하다. 지연이의 거짓말은 실타래처럼 엉키기 시작한다. 공개수업에 참석하지 못하는 ‘엄마’는 해외출장이 잦은 멋쟁이 ‘바이어’가 되고, 태어난 곳도 세상에서 가장 잘 산다는 나라인 미국 ‘미시시피’가 되기도 한다.
거짓말의 궤도 안에서 지연이는 당당할 수 있지만, 그것이 무한궤도일수는 없다. 모든 게 들통나고 그 궤도 바깥으로 내동댕이쳐진 지연이. ‘거짓말쟁이’ 지연이의 눈에는 거짓을 낳고 키워온 생활의 진실 앞에 “눈곱만큼도 거짓을 담지 않은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린다. 이 아이의 눈물을 ‘은성’이는 이해해줄까.
작가는 아들(10살)의 봄소풍 도우미 엄마로 따라갔다가 그런 아이-동생 간호하느라 도시락 가방을 못 챙겨온-를 만난 적이 있다고 했다. “그 때 머리 속에서 반짝 불꽃이, 그야말로 제가 너무 사랑하는 ‘거짓말’의 불꽃이 튀었다”고 말했다.(이메일 인터뷰에서)
책 후기에 “나는 거짓말을 직업으로 가진 거짓말쟁이이기 때문에 어린 친구들에게든 누구에게든 ‘거짓말은 나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며 “다만 시커먼 거짓말이 통하지 않도록 세상이 조금은 깨끗해지고, 지연이처럼 슬픈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좋을 정도로 세상이 조금은 따뜻해졌으면 좋겠다”고 썼다. 그는 “소설은 ‘성인의 도락’(평론가 방민호)이겠지만, 동화는 어린이를 위한 글이라기보다는 어린 시절을 겪은(혹은 겪는) 모든 사람을 위한 글이 아니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캐나다 밴쿠버 인근의 한 작은 도시에서 아들(10살)과 함께 “화장 안 한 지 8개월째, 추리닝만 입고 산 지 6개월째, 빨강머리 앤처럼 갈래머리를 땋고 촐랑촐랑 나다닌 지 2개월째” 지내고 있다. “여기 머무는 동안 얻은 것이 있다면 다문화주의에 대한 상념, 언어에 대한 고민과 사유 등등…과, 무엇보다 많은 ‘시간’을 벌었습니다.…아침이면 다람쥐와 코요테와 곰도 산다는 집 근처 센트럴 파크와 그 앞 공동묘지(저는 묘지 산책을 좋아해요. 유령들과 두런두런 대화도 하고 )를 산책하고요.”
사는 동안 경험한 가장 아름다웠던 ‘거짓말’이 무엇이었냐는 물음에, 기억을 더듬는 듯 하더니 “누군가에게서 받은 사랑의 고백, 뭐 그런 거 아닐까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한…”이라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