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13일 한나라당 김덕룡, 박성범 의원의 공천헌금수수 의혹을 ‘매관매직 게이트’로 규정하며 전방위 공세를 폈다. 이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열세인 5ㆍ31 지방선거 판세를 뒤집어보겠다는 태도다. 당직자들은 “우리당의 부패지방권력 교체론에 한나라당이 기름을 부어준 격”이라고 반색했다.
전날 밤 당지도부 긴급대책회의 후 “한나라당의 고백을 평가하지만, 도마뱀 꼬리 자르기 식이 돼선 안 된다”며 비교적 온건한 반응을 보였던 우리당은 이날 들어 한나라당의 총체적 공천비리 의혹을 부각시키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정동영 의장은 정책의총에서 “한나라당 공천비리는 단지 두 사람에 국한된 게 아니라 전면적,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매관매직 게이트이고 공천게이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공천 떨어진 사람들이 수 억원씩 건넬 때 공천 받은 사람은 얼마를 썼겠느냐”고 말했고, 송영길 의원은 “서울이 이 정도인데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에서는 어떻겠느냐”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우리당의 지방선거 핵심 슬로건인 ‘지방권력 부패론’으로 논점을 확대시켰다.
우상호 대변인은 “돈을 주고 공천 받은 사람은 당선 된 뒤 뭘 하겠느냐”며 “다음에 지불할 공천헌금을 확보하기 위해 이권에 개입하는 등 더 큰 비리를 저지르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지금처럼 한나라당이 지방행정 권력의 대부분을 장악하게 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우리당은 “그 동안 여러 가지 공천비리 제보가 들어와 있지만 스스로 고백하기 바란다”며 “이제 한 발자국 뗄 때마다 지뢰가 터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차하면 또 다른 공천비리를 폭로할 수도 있다는 시사로도 보인다. 우리당은 이미 김 의원의 공천비리 제보를 접수, 은밀히 조사 중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당은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가 14일로 예정된 여야 원내대표의 KBS 생방송 심야토론을 이날 일방적으로 취소 시킨 것과 관련, “아무리 사정이 어려워졌다 해도 공당 대표로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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