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준비가 됐소. (베이징으로 갈) 가방은 어디 있소(Where is your bag)?”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13일 유명환 외교부 제1차관을 만나 도쿄에서 열렸던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잠시 만나 나눴던 이야기를 소개했다.
힐 차관보는 11일 NEACD회의에서 기조연설을 끝낸 직후 회의장으로 들어서던 김 부상과 악수하면서 “베이징으로 갈 짐을 챙겨 놓았다”며 북측의 조건 없는 6자회담 복귀를 촉구했다고 한다. 이에 김 부상은 “내 연설을 듣고 가라”고 응수했다. 하지만 이들의 조우는 힐 차관보가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의 회동을 이유로 곧바로 떠나는 바람에 1분만에 끝났다. 이후 NEACD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던 북미접촉은 불발됐다.
힐 차관보는 이날 유 차관과의 면담에 앞서 기자들에게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동결된 북한의 2,400만 달러는 6자회담이 재개되면 1주일치의 에너지 지원분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북한이 셈(arithmetic)을 모르든지 아직 충분한 숙고를 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유 차관에게 북한의 접촉제의를 거부한 데 대해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는 (미국의) 강한 입장을 전달하려는 의도였다”며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 김계관 부상과 양자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부상은 이날 도쿄 아카사카프린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마카오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의 동결자금을 내 손에 갖다 놓으면 되며, 그 자금을 손에 쥐는 순간 회담장에 갈 것”이라며 미국과의 여전한 거리를 재확인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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