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경선에서) 원칙을 지키겠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잘 결심했다. 본인과 당과 서울을 위해서도 잘한 일.” (이명박 서울시장)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경선에 출마한 오세훈 전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박 대표와 이 시장의 반응은 차이가 있었다.
박 대표는 10일 오전 국회 대표실로 찾아온 오 전 의원이 “많이 도와주시면 공정한 경선이 된다”고 도움을 요청하자 원칙론을 내세워 냉정히 비켜갔다.
반면 이명박 시장은 같은 날 시청으로 찾아온 오 전 의에게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덕담을 쏟아냈다. 그러고는 주위를 물리치며 20여분간 둘만이 만났다.
오 전 의원의 등장 이후 박 대표와 이 시장의 행보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박 대표는 ‘중립유지’, 이 시장은 ‘유력 주자 지원’으로 요약된다.
그 동안 친박(親朴) 인사로 분류된 맹형규 전 의원과, 이 시장과 가까운 홍준표 의원의 양강 체제에서 박 대표는 외부 영입에 소극적으로 자세를 보이며 엄정 중립을 강조했다. 표면적으로는 “당 대표로선 어쩔 수 없다”는 논리였지만, 맹 전 의원이 근소한 우위를 점한 판세를 의식한 현상 유지 전략으로 분석됐다.
그러다 박 대표와 대립 각을 형성해 온 소장파 의원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 나타난 오 전 의원이 단번에 여론조사 1위로 부상하자 박 대표측은 당혹스러운 눈치다. 상대를 이길 수 있는 카드라지만, 껄끄러운 소장파와의 관계를 감안하면 달갑지 만은 않은 것이다. 오 전 의원이 본선에 나가 승리할 경우 개혁과 변화의 바람이 불어 닥쳐 당내 대권구도에도 파장이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박 대표로선 부담스럽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끝까지 중립을 견지한 뒤 누구든 후보가 되면 그때부터 적극 지원하는 게 당 대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경선까지 이대로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이 시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그간 외견상으로는 중립을 지켜왔지만 내부적으로는 영입에 공을 들여왔다. 열린우리당 후보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거론되면서 ‘시청 사수’를 위한 보다 확실한 후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오 전 의원이 떠오르자 그를 적극 지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인상이다.
이 시장의 측근은 “특정 후보를 공개 지지하기는 어렵겠지만, 이길 사람에게 힘을 모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로 이 시장의 입장을 대신했다. 여기엔 박 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리가 멀지 않은 소장파와의 관계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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