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학교문화가 일본과 가장 확연하게 차이 나는 점은 ‘함께’ 하는 문화가 발달했다는 것이다. 대학원생들조차 학과 연구실에서 함께 공부하고, 식사도 같이 하며 하루 종일 시간을 함께 보낸다.
반면 일본에서는 점심 때 간혹 친구들과 어울려 식당에 가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혼자 식당에 가거나 편의점에서 도시락이나 샌드위치를 사먹으며 저녁 때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일찍 집에 들어간다. 특히 함께 하는 실험ㆍ실습이 없는 문과생들은 수업이나 세미나 외에는 공부는 집에서 혼자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마 일본 학생들의 그 같은 문화는 한국 유학생들의 눈에는 쓸쓸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어떤 이들은 한국 사회의 독특한 병영문화가 일본에 없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여학생들은 군대를 가지 않는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그리 설득력 있는 이유는 아닌 듯하다.
이 같은 차이를 느끼면서 떠오른 것은 몇 년 전 일본에 있을 때 본 텔레비전의 한 특집 방송이었다. 한국 경북의 한 공립고교를 취재한 것이었는데, 당시 그 프로그램은 일본 교육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방송에 비친 한국 학생들은 아침 일찍부터 학교에 나가 자습을 하는 것은 물론 수업이 끝난 후에도 모든 학생이 교실에 남아 밤 10시가 넘도록 공부를 했다.
마침 일본에서는 ‘여유 있는 교육’ 정책이 실패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교과내용 개편과 공교육의 역할 재편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방송에 나온 일본인들은 한국 학생과 교사들의 근면함과 입시전쟁의 치열함이 일본 교육에 시사하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당시 내가 더 놀랐던 것은 하루에 15시간 이상을 동급생들과 함께 지내는 학교 문화 그 자체였다. 일본에서 고교를 졸업한 나도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을 무척 즐겼던 편이지만, 일본 학생들의 생활은 한국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학생들은 오후 4시가 되면 하교해 이후 시간은 자유롭게 쓴다.
대입 준비를 위해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도 있지만, 그 같은 시간을 밴드활동이나 레포츠 등 자신의 취미생활에 쏟아붓는 이들도 많았다. 이는 매우 중요한 차이인데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법을 배운다는 점에서도 그렇거니와, 같은 공부를 하더라도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과 환경을 선택하는 과정 자체가 평생의 자산이 되는 중요한 공부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립학교도 많지만, 최근에는 평준화에 대한 반성과 함께 공립학교들도 ‘이칸(一貫)’ 학교(중ㆍ고교 6년을 한 학교가 책임지고 교육하는 것) 등 자신만의 특색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학교 교육은 지식 습득 뿐 아니라, 학생 개개인 더 나아가서는 사회 전체의 인격 형성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고려한 까닭이다. 이 같은 일본 교육의 변화는 한국에서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평준화와 관련한 논란에 하나의 참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도요시마 유카ㆍ서울대 국사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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