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 말 본격 착공되는 인천 청라지구(옛 김포매립지)에서 환경영향평가 당시 보고되지 않은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동물들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환경파괴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청라지구의 사전 환경영향평가가 잘못됐다며 개발계획의 수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고, 문화재청도 12일 청라지구에 서식하고 있는 천연기념물 등 희귀한 동식물에 대한 보호대책을 세워 줄 것을 인천시에 공식 요청함으로써 사업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경제자유구역인 청라지구 개발사업은 2010년까지 5조원을 들여 인천 서구 경서ㆍ원창ㆍ연희동 일대 538만평 규모에 3만가구 9만명을 수용하는 대형프로젝트. 하지만 인천녹색연합이 최근 청라지구 일대 동식물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 일대에는 황새, 고니, 큰 기러기 등 희귀한 철새와 천연기념물 20여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검은머리 갈매기와 검은머리 물떼새 등 갯벌에만 서식하는 멸종위기 조류들도 상당수 발견됐다.
인천녹색연합은 “토지공사가 2004년 작성했던 환경영향평가서에서는 큰 기러기 등 4종만이 보고돼 있고 대다수 희귀조류들에 대한 서식 및 도래 사실이 누락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환경단체들은 “청라지구 개발로 자연생태계 훼손이 심화될 것”이라며 “환경영향평가를 재실시해 동식물에 대한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개발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녹색연합 한승우 사무처장은 “청라지구는 곤충, 양서류, 파충류부터 철새에 이르기까지 동ㆍ식물의 낙원”이라며 “그러나 관련당국은 당초 약속한 대체서식지 조성 등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도 환경보호에 발벗고 나섰다. 문화재청은 청라지구내 천연기념물 등 각종 동식물에 대한 보호 대책을 세워줄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인천시에 보냈다. 문화재청은 또 환경단체들이 주장하는 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과 향후 일정 등에 대해서도 논의하도록 통보했다. 문화재청은 “인천녹색연합의 각종 철새들의 존재는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확인된 만큼 자연생태계 보호를 위한 대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토공 관계자는 “상당수 희귀 철새들이 누락된 것은 조사할 당시 철새들의 경로 등이 관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사후환경영향평가를 실시, 야생 동식물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대체서식지 조성 등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공사는 공원, 녹지 등 공공용지 150만평을 조성하는 등 지구전체를 국제 규모의 친환경 주거지역으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이 달 말 1단계인 57만평에 대한 도시기반 시설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토지공사와 인천시가 동식물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 없이 청라지구 착공을 강행할 경우 현장에서 집단시위 등 실력행사도 불사하지 않겠다고 밝혀 사업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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