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도쿄(東京)에서 진행된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 과정에서 북미 접촉을 끝내 거부한 것은 북핵 6자회담 전망 등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그 동안 유연한 대북협상 자세로 기대를 모았던 6자회담 미측 대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의 변화가 눈에 띈다.
이는 미 행정부 내에서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강조해온 대북 협상파의 입지가 결정적으로 축소됐음을 의미한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의 자세가 바뀐 것은 지난해 9ㆍ19 베이징(北京) 공동성명에서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북한의 ‘전략적 결단’에 대해 근본적 회의가 생긴 데서 출발한다. 북한이 공동성명 직후 경수로 우선 제공 문제를 부각시킨 것이 미국의 불신을 증폭시킨 결정적 계기였다.
여기에다 북한의 달러 위폐 제작 및 유통과 관련,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대한 금융제재가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면서 대북 정책의 주도권이 미 국무부에서 재무부로 넘어가는 양상까지 나타났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돈줄을 죄는 문제에 관해 재무부에 ‘백지 수표’를 위임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기본 인식도 강경파에 속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동북아협력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 터져 나온 미국의 북한 선박에 대한 제재조치는 미국이 향후 움직여 나갈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실질적 제재 효과가 미약한 선박 관련 제재조치까지 들고 나온 것은 앞으로 북한에 대한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계속될 것임을 의미한다.
이는 북한이 실질적으로 핵무기 계획을 포기토록 하기 위해 미국이 군사적 수단을 제외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태세가 돼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압박 수단은 관련국과의 사전 조율이 부족한 상태에서 강행되고 있고 북한의 극단적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지속적 효과를 낼 지는 미지수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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