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DNA 유전자 검사가 급속히 상업화 하면서 검사의 목적도 단순한 친자확인 등을 넘어 다양해 지고 있다.
유전자 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상업화가 진행되면서 작은 실험실 수준의 유전자 검사 회사들도 속속 간판을 내걸고 인터넷 등을 통해 호객 하고 있다. 이들은 99~250달러만 내면 고객의 혈통에 어느 인종의 피가 섞여 있고 어떤 유전적 질병을 앓을 가능성이 있으며 어떤 약이 고객에게 효험이 있는 지 등을 한꺼번에 알려 준다고 선전한다.
이들에게 검사를 의뢰하면 예를 들어, 혈통이 유럽 인종 80%, 북미 인종 11%, 미 인디언 9% 등으로 구성돼 있다는 결과를 내놓는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한 여학생은 자신의 혈통이 유럽인 98%, 동아시아인 2%라는 결과를 받고 입학원서에 자신의 인종을 아시아인이라고 적었다. 그는 입학이 됐고 소수인종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장학금까지 탈 수 있었다.
검사 회사들은 이런 이용도를 더 적극적으로 부풀려 아예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대학정책 또는 정부 혜택의 대상이 되는지를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고 선전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내 인디언 부족에게 카지노 개설을 허용, 그 수입을 부족 구성원에게 나눠 주도록 하자 자기 혈통에 인디언 피가 섞였는지에 대한 검사가 성행하고 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이 같은 현상을 놓고 뉴욕대학의 트로이 더스터 사회학 교수는 “유전자 검사는 이제 돈과 권력에 대한 접근권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DNA 시대’의 도래에 대해선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다. 유전자 검사의 정확성이 실제 이상으로 부풀려져 있고 오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근본적 비판에 속한다.
사회적으로는 소수인종 우대를 받기 위해 무리한 주장을 하는 것이 역으로 ‘진짜’ 소수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고 미국 같은 다인종 사회에서 오히려 인종주의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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