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안팎으로 전례 없는 시련에 직면하고 있다. 추세로 굳어버린 저(低)환율로 기력을 잃은 기업들이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가격의 동시다발적 급등으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재계를 뒤숭숭하게 하는 현대ㆍ기아차 수사,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는 반기업 정서와 노사 불안까지 겹쳐 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제유가는 이란 핵문제와 미국의 군사적 대응 가능성, 나이지리아의 공급차질이 겹치면서 배럴 당 7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국제유가가 연내에 배럴 당 80달러에 진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고, 미국계 투자은행 메릴린치는 최악의 경우 100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불길한 것은 유가 뿐만 아니라 금 구리 아연 등 다른 원자재가격도 동반 급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환율 하락으로 가뜩이나 원자재부담이 무거워진 기업들은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조업을 단축하거나 적자수출을 강요 당하는 등 절박한 처지에 놓여 있다.
현재의 유가 및 원자재가격 동향과 환율 움직임은 연초 정부 경제전망 때 내다본 수준보다 매우 나쁜 것이다. 이대로 가면 경상수지 160억 달러 흑자는 기대할 수 없으며 5% 성장도 힘겨워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 시각이다. 재경부에선 “더블 딥(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 기미를 보이다 다시 추락하는 현상)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하지만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악재에 포위된 우리 경제가 경기 상승세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의 완전한 불황 탈출과 거침없이 성장가도를 질주하는 중국 인도의 부상에 비해 우리 경제만 여기저기 발목이 잡혀 있는 상태다. 아시아 동력집단에서의 탈락을 우려하는 소리도 들린다. 투명한 경영, 정당한 부의 세습을 위한 검찰의 수사는 단호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추진돼야 한다. 동시에 우리 경제가 부활의 힘을 잃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의 각별한 현실 인식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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