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11일“이란은 핵 클럽에 가입했다”고 선언했다. 그는 “발전 연료용 수준의 우라늄 농축에 성공했다” 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도 받고 핵확산금지조약(NPT)도 충실히 따르겠다”고 말했다. 비둘기 그림 앞에서 “핵 무기가 아닌 산업용으로 쓸 것”이라며 평화적 이용을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이란이 핵 무기를 가진 것이나 다름 없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핵 개발 프로그램에서 가장 어려운 우라늄 농축을 성공했다면 핵 무기 보유는 시간 문제라고 보고 있다. 외교적으로 ‘핵 클럽’이 핵 무기를 가진 나라로 쓰이고 있음을 감안하면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굳이‘핵 클럽’을 언급한 것도 미묘한 파장을 낳는다.
이란은 저농축이지만 핵 농축에 성공함으로써 괄목할 기술 발전이 있었음을 과시했다. 사실 이란이 이렇게 빨리 우라늄 농축에 성공하리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이란의 핵 기술과 설비는 러시아 파키스탄 등 외부에 의존한 것이며 파손이 심각해 우라늄 농축에는 최소 5년이 필요하다”며 이란 핵기술의 한계를 지적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10일 “이란이 앞으로 우라늄 농축 기술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할 정도였다. 이란은 그러나 보란 듯이 우라늄 농축을 성공시켜 서방을 깜짝 놀라게 한 셈이다.
이란은 핵 개발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핵을 둘러싼 외교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속셈이다. 특히 이란에 대한 외교적 압박의 강도가 거세지는 시점에서 우라늄 농축 사실을 공개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IAEA는 지난달 29일 “30일 안에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모든 핵 활동을 중단하라”고 최후 통첩을 한 상태다. IAEA 사찰단이 이란에 머물고 있고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이 12일 이란을 직접 찾는다.
서방 언론에는 최근 미국이 이란을 군사 공격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랐다. 부시 대통령은 ‘지나친 예측’이라며 부인했지만 외교 전문가들은 협상을 통한 해결이 물 건너 갈 경우 최후의 카드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핵 무기를 만들 능력이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군사 공격을 가할 경우 핵 무기로 맞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그는 서방을 향해 “이란의 핵 에너지 주권을 존중하라”며 “핵 포기를 강요해 이란인의 가슴에 증오심을 일으키는 짓을 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심은 28일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이 유엔 안보리에 제출할 사찰 보고서의 내용이다. 여기에는 이란이 우라늄 농축 기술을 가지고 있는 지 여부가 담길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바탕으로 미국은 이란에 대한 제재 논의를 구체화 할 것으로 보인다.
콘도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이날 핵 무기를 가지려는 이란의 위협에 대해 강경 대응책을 주문하고 나섰고, 이란과 가까운 러시아마저도 “이란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유엔 안보리가 이란에 대한 강경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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