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공군기지 건설 계획이 보도되자 공군의 한 관계자가 “개인적으로 제주 기지가 필요하다는 쪽입니까”라고 물었다. 궁금해서 묻는 게 아니라, 도대체 기사의 저의가 무엇이냐는, 따지는 듯한 말투였다. 이번 보도로 제주 기지가 물건너가게 생겼다는 불만도 느껴졌다.
보도 직후 공군은 “과거에 검토한 적은 있으나 현재 구체적으로 진전된 사항은 없으며 따라서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는 짤막한 논평만 냈다. 제주 기지 건설 계획이 2006~2010 국방중기계획에 포함됐다는 기사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다. 애매한 표현으로 핵심적 의문을 어물쩡 넘기려는 공군의 의도를 엿보게 한다.
국방부는 한술 더 떴다. “제주 전략기지라고 표현했는데 전략 기지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안보정책에서 ‘전략(strategy)’이란 단어는 실제 엄격하게 사용되고 있다. 전략무기는 소총이나 탱크가 아닌 적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대륙간 탄도탄이나 핵무기 등을 일컬을 때나 사용된다.
전략기지는 적어도 한 개 대륙 또는 세계를 상대로 작전을 펼칠 수 있는 기지쯤으로 해석될 법하다. 국방부 해명을 따른다면 중국과 일본, 대만 해역으로 통하는 동중국해의 꼭지점에 위치한 제주 공군 기지는 전략적 의미가 없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국방부 대변인은 “액션 플랜은 없고 개념 수준의 페이퍼 플랜일 뿐”이라고도 했다. 실행 계획과 서류상 계획은 어디쯤에서 갈라지는지, 서류상 계획은 사업 추진 단계가 아닌지 궁금하다.
첫머리 공군 관계자의 시비조 질문에 대한 기자의 답은 이렇다. “제주도의 군사전략적 가치는 충분하다.” 이제 공군과 국방부는 기자의 질문에 답해달라. “제주도에 전략공군기지를 건설할 의지가 과연 있는가?”
김정곤 사회부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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