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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데라우치 문고' 특별전/ 잃었던 '선비의 마음'을 다시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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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데라우치 문고' 특별전/ 잃었던 '선비의 마음'을 다시 찾다

입력
2006.04.1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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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야 준천공사가 완성되니(于今濬成) 신민의 효력이었네(臣民效力). 반드시 이 정성으로(須將此誠) 한 번 강한 나라를 세워보자(一施軍國).’

조선 영조는 재위 36년째이던 1760년 창덕궁 춘당대(春塘臺)에서 이 시를 지었다. 20여만명을 동원한 청계천 준설 공사의 마무리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영조는 ‘강한 조선’를 염원하며 신하들과 ‘힘 력(力), 나라 국(國)’두 자를 운으로 하는 시를 주고 받았다.

25일부터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리는 ‘데라우치의 보물, 시서화로 본 조선의 마음’에서 처음 일반에 공개되는‘어제준천제명첩’(御制濬川題名帖) 중 ‘춘당대영화당시사후사선도’(春塘臺暎花堂試射後賜膳圖)에 나오는 장면이다.

이번 전시에선 1996년 돌려 받은 이른바‘데라우치 문고’ 98건 135책 중 대다수인 131점이 공개된다. 반환 당시 덕수궁 석조전(현 고궁박물관)에서 40여점 정도가 한 번 공개된 적이 있지만 작품 가치 등은 알리지 못한 ‘책 표지’전시회 수준이었다. 예술의 전당 김영순 전시예술감독은 “10여년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작품의 내용과 문화사적 가치를 함께 알리는 ‘지적 공개’”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그림은 1573년(선조6년) 사마시에 급제한 선비들이 30년 뒤(선조35년) 경북 안동에서 만나는 광경을 그린 계회도(契會圖) 등이 있는‘계묘사마동방계회도첩’(癸卯司馬同榜契會圖帖)과 겸재(謙齋) 정선(鄭敾ㆍ1676~1759)의 ‘한강독조도’(寒江獨釣圖) 등이 눈에 띈다. 안휘준 문화재위원회 위원장은 “계회도는 17세기 중반 이후 일본과 비슷한 시기에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던 중국 남종 문인화가 적어도 17세기 초반 이전에 들어왔음을 알려주는 귀중한 근거”라고 평했다. 한강독조도도 연구결과 지금까지 알려진 겸재 작품 중 가장 이른 시기의 것으로 평가됐다.

서예 분야에서도 석봉(石峰) 한호(韓濩)가 서예 수련 과정과 조선 서예에 대한 자부심을 쓴 석봉필론(石峰筆論)이 처음 시민에 공개된다. ‘오늘 한 자를 쓰고, 내일 열 자를 배워(今日畵日字 明日學十字), 달마다 연습하고 해마다 터득하니 마음이 가는 바를 깨닫지 못하였다(月習歲得 不覺心之所之)….’ 이밖에 매죽헌(梅竹軒) 성삼문(成三問ㆍ1418~1456년), 화담(花潭) 서경덕(徐敬德ㆍ1489~1546년), 망우당(忘憂堂) 곽재우(郭再祐ㆍ1552~1617) 등 조선 초ㆍ중기 유학자, 임란 의병장 등의 친필 시가 500여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동국(李東國) 서예미술관 큐레이터는 “조선 중기부터 후기까지 주요 인물들의 시서화 작품이 망라돼 있다”며 “시대에 따라 달라진 미학적 관점에 따라 선비의 이상적 인격미가 어떻게 예술 작품에 녹아 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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