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의총 안팎
13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소집된 한나라당의 의원총회는 무겁다 못해 침통한 분위기가 회의장을 억눌렀다. 의원들은 몇몇 발언을 숨죽이며 듣기만 했고, 박근혜 대표와 이재오 원내대표 등 지도부도 무표정하게 내내 정면을 응시했다. 이번 사건이 가져올 후 폭풍에 대한 두려움과 곤혹스러움이 의원들의 얼굴에 절절이 묻어났다.
먼저 연단에 오른 두 당사자의 자세는 판이하게 달랐다. 박성범 의원은 격앙된 표정으로 억울함을 토로했고, 김덕룡 의원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박 의원은 “그간 중앙당에 중구청장 공천 신청자 측에 대해 고발 등 법적조치를 취해달라고 했으나 묵살되고 오히려 내가 검찰에 고발되는 결정이 내려진 점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음에도 중상모략 세력의 말을 듣고 당원을 고발한 사태는 심히 유감스럽다”며 “당 지도부는 정치적,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박 의원은 또 “구청장 공천신청자 측에게 미화 21만 달러는 받지 않았고 양주 등 선물은 당 클린공천감찰단에 보관시켰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의혹이 명쾌하게 규명된 뒤 다시 당에 돌아오겠다”고 탈당을 선언한 뒤 지도부와 인사도 나누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김 의원은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스스로 신변을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짧지 않은 정치인생을 자존심과 명예를 생명같이 생각해왔는데 이렇게 하직인사를 하게 돼 참담한 심정”이라면서도 “당이 검찰에 고발한 데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스스로 당적,의원직, 또 정치적 거취 모든 것을 조속한 시일 내 나름대로 정리하려고 한다”며 정계은퇴를 시사했다.
발언을 마친 김 의원은 박 대표 등 지도부와 일일이 악수하고 퇴장했으며, 수십명의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박희태 의원 등 일부는 회의장 밖까지 김 의원을 배웅하며 위로했고, 이혜훈 최구식 의원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김무성 의원은 “김 의원에 대한 여러 의혹과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는 두둔 발언을 했고, 김형오 의원은 분권형 공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중앙당이 공천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원들의 반응은 없었다. 이날 한나라당의 의총은 지도부의 맺음말도 없이 그렇게 끝났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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